읍 구교리 금강골 아래 김정복씨 댁

◇ 도로변에 있는 부뚜막과 장독대, 도로가 마당인 해남읍 구교리 김정복씨 댁은 옛날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길가 부뚜막에 불 지피니 굴뚝엔 연기 피어오르고

옛 우리집도 이랬으리...재래식 변소도 정겹기만

 

◇ 따뜻한 봄 햇살아래 이씨 아주머니는 빨래터로 향하고, 그 발걸음에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도로가 마당인 집, 도로에 있는 부뚜막에서 장작불 지피고 도로와 하천사이에 있는 재래식 변소를 이용하고 개천가에서 빨래하는 집, 해남읍 구교리에 자리한 김정복씨(59)댁은 그야말로 도심 속 외딴섬이다. 
  집 뒤로는 구교리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서 있어 더욱 대조를 이루는 이 집은 금강골 오르는 구교리 천변에 위치해 있다. 도로에서 불을 지피는 작은 기와집, 아직도 연탄을 때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누구에게나 어릴적 정든 시골집을 생각케 하는…. 바라보는 마음이 괜히 풍요해 지는 집이다.
  20여년 전 구교리 회관이었던 이 집을 구입해 이사왔을 때만 해도 구교리 하천을 끼고 있는 이 곳 마을은 해남읍의 마지막 시골 모습이었다. 고목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가운데로 맑은 하천물이 흐르고 산아래 첫 동네답게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수채화처럼 예쁜 동네였다. 그러나 지금은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금강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출입하는 사람들의 수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변화 속에 유독 이 집만은 옛 모습 그대로이다.      
  지천에 깔려있는 나물을 깨고 하천 둑에 심어놓은 두릅을 먹으며 시대의 변화에 눈을 돌리지 않는,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현대 문명에 길들인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채롭기까지 하다.
◇ 20년 넘게 이용하는 빨래터, 흐르는 물에 마음의 온갖 때가 흘러간 듯한 산뜻함에 이 빨래터를 지금껏 이용한다. 

 김정복씨 부부에게 있어 자연은 고마운 존재이다. 하천에 밀려오는 나무나 길가에 버려진 나무들은 모두 부뚜막의 땔감이 되고 들녘에 널려있는 온갖 나물들은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반찬거리이다.
 또한 하천의 웅덩이는 빨래터가 되고 하천가 고목은 정자목이 된다.
  하천가 작은 빈터를 이용한 곳에 위치한 재래식 변소와 창고 및 개집, 그 건물에 철쭉분재들을 장식해 자칫 을씨년스러울 수 있는 분위기를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장식했다.
  밖에서 보는 이 집은 그야말로 도로변의 작은 오막살이 집이다. 그러나 집안은 넓은 편. 김씨의 직업이 목수이다 보니 옛날 토방을 부엌으로 꾸미고 옛 부엌을 실내 샘으로 고쳐 실용성을 가미했다.
  길가에 재래식 변소와 장독대가 있고 부뚜막이 있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정복씨의 아내 이씨 아주머니는 20년 동안이나 살아온 삶이라 불편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남들이 보기에는 도로를 마당으로 한 작은 오막살이집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흙집이라 사람의 건강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집이란다.
  자연과 함께 사는 집,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사는 사람들, 빨래도 동네 맨 위에 위치한 둠벙에서 한다. 500m 정도 거리에 있는 빨래터, 흐르는 물에 빨래를 하면 옷이 깨끗해짐을 떠나 내마음 속 온갖 때가 씻겨져 나가는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 부뚜막에 장작 지피면 하얀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각 계절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빨래터, 그 빨래터까지 향하는 이씨의 발걸음에도 어느덧 자연의 봄은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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