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뿡뿡이가 왜 손으로 머리를 만져?”

호기심이 왕성하다 못해 터질 정도로 궁금한 것 투성이인 우리 딸 인이. 인이는 며칠 전 세 돌이 지나 이제 36개월을 살았다. 겨우 1,080일 쯤 산 녀석인데 머리 속에 뭐가 들어 있길래 입만 열면 “엄마, 왜?” 일까. “엄마! 뿡뿡이가 왜 손으로 머리를 만져?” 텔레비전에서 뿡뿡이가 짜잔형이랑 이야기 하다 말고 머리를 긁적거린 모양이다. 특별한 의미 없이 ‘그냥’ 머리를 만지작거린 것 뿐인데 녀석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꼬치꼬치 깨묻는다. “왜 손으로 머리를 만졌냐고?” 딱히 해줄 대답이 없어 되물으니 “엄마, 못 봤어?” 한다. 즉답이 나오지 않자 내가 텔레비전을 안 봐서 그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냥 머리 만진거야.” “왜 그냥?”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이유없이 그랬다고 하면 대답 할 때까지 “왜 그냥?” 하고 물을 게 뻔하니 궁색한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 “뿡뿡이가 머리를 안 감았어요. 그러니까 간지러워서 그런 거야.” “왜 머리를 안 감았대?” 혹을 때려다 되려 혹을 붙인 꼴이 되었다. 결국 나는 그날도 소리를 빽 지르며 이렇게 한 마디 하고 말았다. “너는 뭐가 그렇게 궁금해. 그만 물어봐. 제발 그만!” 끝없이 가지를 치는 인이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건 엄마인 내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이 아플 지경까지 계속되는 질문 세례에 지치면 결국 엄마의 특권(?)인 악으로 대처하고 만다. 그런 내가 정말이지 궁색하게 인이의 질문에서 빗겨갈 묘안 하나를 발견 했다. 그날도 여지없이 인이의 질문 폭탄(?)은 날아오고 있었다. “엄마, 거미 줄 있어.” “어디?” 인이도 환이도 나도 고개를 빼들고 거미 줄 들여다 보느라 바빴다. “엄마, 근데 거미는 뭐 먹고 살아?” “파리도 먹고 모기도 먹고.” “파리도 먹고 모기도 먹고?” 여기까진 좋았다. “근데 왜 파리도 먹고 모기도 먹어?” “거미는 그게 맛있대.” 그래도 여기까진 봐줄 만한 대답이었다. “왜 그게 맛있대?” “거미는 그게 맛있대!” 말꼬리를 말아 올려 더 이상 질문을 못하게 못을 쳤는데 눈치 없는 녀석 똑같은 질문을 되던진다. “왜 그게 맛있대?” 녀석도 말꼬리를 올려 대답하라고 재우친다. “......” 이쯤되면 이미 나는 진이 빠지고 만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씩씩한 우리 딸 인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 본다. ‘어서 대답 않고 뭐해?’ 하는 표정이다. “인아, 너는 뭐가 맛있어?” 수렁에 빠진 내가 벗어나는 길은 녀석에게 질문의 화살을 되돌리는 수밖에 없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나는 알고 있다. “된장도 맛있고 김치도 맛있고 요구르트도 맛있고....” “근데 그게 왜 맛있어?” “그냥 맛있어.” “그냥 왜?” “인아니까 맛있지.” 대답이 궁색해진 인이가 궁색한 대답을 했다. 나도 인이 방법으로 궁색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거미도 거미니까 파리도 맛있고 모기도 맛있어.” “거미니까? 으응 그렇구나.” 녀석은 정말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까지 끄덕인다. 인이는 정말 내 대답을 오롯이 이해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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