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힘내세요 따뜻한 손길들이 많잖아요

다리에 불이 붙어 뜨거워 뛰기만 했던 혜진이(7). 주위에 아무도 없어 한쪽바지가 다 타고 다른 바지로 옮겨 붙어서야 이웃에게 발견돼 해남서, 전대병원으로 생명이 위독하다는 말에 서울로 급하게 옮겨졌지만 양 다리를 비롯해 몸의 40%가 3도 화상을 입어 뼈까지 녹아버려 지금 아산병원에서 5개월 째 힘든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때 바다에 나가지만 않았어도, 수없이 자책을 해보지만 다 쓸데없는 노릇이다. 아빠 김성국씨(36)는 아픈 혜진이를 가슴에 품고 갯장어 주낙을 드리우고 있다. 아무리 생계를 책임져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손에 잡히기나 하겠는가. 혜진이와 함께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엄마 희정씨(33)는 울음이 다 말라버렸다. 아이의 목숨이 위험한 고비마다 피눈물을 흘렸고 아파 까무러칠 때 같이 울었으며 너무나 심한 고통으로 기억까지 잃어가는 혜진이를 보며 울고 회복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또 다시 울 수밖에 없었다. 우는 것 이외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23일 현재 희정씨는 “혜진이가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지만 여전히 밥을 먹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앞으로도 피부이식 수술을 2번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혜진이는 피부이식 수술이 끝나면 정형외과에서 인대수술을 하고 그 후 재활치료를 받기까지 앞으로도 3개월은 병원 생활을 해야 할 형편이다. 희정씨는 이식된 피부는 성장이 안 되기 때문에 뼈가 자랄 때마다 살을 늘리는 수술을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것과 다리에는 장애가 남을 것이 오히려 더 큰 걱정이다. 혜진이는 지난 2월 엄마와 아빠가 바닷 일을 나간 사이 언니와 함께 학원엘 갔다. 언니가 학원에 있는 동안 쓰레기장에서 놀다가 불씨가 옷에 옮겨 붙어 사고를 당하게 됐다. 혜진이가 화상을 입자 어려웠지만 단란했던 이들 가정에 절망이 찾아왔다. 혜진의 고통과 앞으로의 삶도 걱정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95년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벌써 9년째 살고 있다. 아이들 키우며 아득바득 살다보니 벌써 세월만 이렇게 흘러버린 것이다. 해마다 김값이 폭락해 어느 어가처럼 수협에 빚은 있었지만 그래도 버틸만했다. 그러나 혜진이가 입원한 후 한 달에 10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현재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됐고 의료보장 2종에 해당돼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항목에 한해 80% 국가 지원을 받지만 화상치료는 제외된 항목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4000여만원의 병원비 중 1800만원을 내지 못했다. 이달부터 조금 줄었지만 매달 800여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병원비는 이들 부부를 더욱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다. 혜진이와 이들 부모를 돕기 위해 어란마을 사람들이 나서 어란 어불 동현 3개마을 체육대회와 수산인체육대회 때 일일찻집을 250여만원을 보내왔다. 어란리 마을사람들은 오는 23일 송호리 해수욕장에서 일일찻집을 열 계획이다. 일일찻집을 앞장서 준비하고 있는 황미금씨(34)는 “오직 우리의 작은 정성과 관심이 고통과 어려움에 처해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혜진이와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꽃 피울 수 있다”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7살의 나이에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는 혜진이와 눈물과 절망속에서 살아가는 이 가정에게 우리의 작은 사랑이 희망의 빛이 되길 꿈꿔본다. <윤영식기자> 농협 김성국 631121-51-040857(혜진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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