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뿌리 가지로 새 동물 장승 솟대 만들어
사구미에 둥지 튼 박 원씨

송지면 사구미해수욕장 입구와 마을 곳곳에 방긋 웃는 장승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구미 마을 사람들과 2년 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박 원씨(50)가 특색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지난 15일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곳곳에 장승을 세운 것이다. 장승을 깎는 박 원씨. 사구미 산기슭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집이자 작업실은 하우스로 별 볼품 없이 지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자 작업장과 집안 곳곳은 작은 나무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듯 수많은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치솟아 오르는 독수리와 매, 예쁜 모양새를 자랑하는 공작새와 봉황, 학과 도요새, 호랑이, 용 등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각가지 새와 동물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있다. 죽은 나무뿌리나 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박 원씨는 나무를 닮은 산 사람이다. 산을 좋아해 전국의 모든 산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는데 살아온 날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산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많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박씨는 산을 마음에 담다 보니 산을 보는 눈이 열리더란다. 죽은 나무가 새로 또 각가지 동물로 보여 하나 둘씩 주어다 물에 담그고 말리고 정성스럽게 다듬다 보니 이제 그의 작품은 취미를 넘어 어느덧 전문가 수준이 돼버렸다. 자신도 자기의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박 원씨는 광주 현대백화점 등에서 전시회를 제안 받기도 했지만 만드는데 만족할 뿐이라 사양했다고 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사는 것이 나무다. 나무란 사람에게 영원한 안식처이자 에너지원이다. 곧게 자란 나무는 얼른 목공에 눈에 띄어 좋은 고찰이나 고광대실의 한 기둥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광솔은 예전에 햇불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그 쓰임이 없고 이리 삐죽 저리 삐죽 비껴난 가지들은 쓸모 없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광솔이 박 원씨의 눈에 띄면 아름다운 모양을 갖춘 작품으로 변해 버린다. 박씨는 해남 화산면 마명리 출신으로 광주서 이제껏 살았다. 2000년 4월에는 시민들이 나선 무등산공유화 운동에 참여해 증심사 입구에 무등산을 지키는 솟대를 제작해 세우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2002년 해남 사구미로 내려왔다. 일강레미콘에 잠시 근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작업실에서 나무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아름다운 땅끝바다 사구미 마을을 장승과 솟대, 나무로 만든 각가지 조형물들이 가득 찬 테마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박씨의 마음을 이제 주민들도 조금씩 알아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박씨가 만든 익살스런 장승을 마을에 세우면서 자연스럽고 특색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 것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으로 다듬어 낸 수많은 작품들이 땅끝 사구미를 찾는 관광객들을 기쁘게 할 그 날을 생각하며 박씨는 오늘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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