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탕 먹으면 배 아프지?¨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데 대뜸 인이가 그런다. 웬 생뚱 맞은 소린가 싶어 녀석 얼굴을 쳐다보니 눈은 사탕 봉지에 고정되어 있다. ¨엄마, 사탕 한 개 사주면 안돼?¨의 다른 표현이었다. 나는 아이들 먹는 것에 좀 엄격한 편이다. 먹는 것에 따라 건강뿐만이 아니라 인격도 영향을 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정신적 지도자 틱낫한 스님의 말을 빌리자면 화禍가 잔뜩 들어 있는 고기를 먹으면 그 화가 먹는 이의 몸 안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그래서 좀 비싸지만 화가 덜 들어 있는 것, 이를테면 고기를 먹더라도 죽어서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내게 오는 것을 먹고, 채소나 과일도 농약이나 비료 따위를 안 친 유기농 식품을 먹으라고 일렀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아, 사탕 속엔 안 좋은 게 많이 들어 있어서 배도 아프고 이빨도 썩어요.¨ ¨그러니까 먹으면 안돼요.¨ 내 말을 이해나 한 것인지 녀석은 금세 포기하고 제법 의젓한 말을 한다. 이쯤 되면 녀석이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마음 약해져서 사탕 한 봉지를 녀석 손에 들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아! 환아! 우유 사 갖고 가서 우리 아이스크림 만들어 먹을까?¨ ¨응, 엄마.¨ 인이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 환이 녀석은 ``우우 우우``하며 우유 있는 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느라 바쁘다. 우유와 기능성 우유를 섞어 요구르트부터 만들어야 한다. 녀석들은 내가 뭘 하려는지 벌써 눈치 채고 요구르트 제조기를 꺼내 컵의 뚜껑을 벗기느라 바쁘다. 7시간만에 요구르트가 완성되었다. 요구르트를 넓은 그릇에 쏟고 지난번에 직접 만든 사과 쨈 몇 숟가락을 보태 본격적인 아이스크림 만들기 공정에 들어간다. ¨나도 좀 하자.¨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부엌 살림에 관심이 많아 무엇이든 같이 하자고 야단이다. 환이도 질세라 숟가락을 가져다 휘휘 젓는다. 이젠 아이스크림 틀에 붓기만 하면 된다. 녀석들은 그 날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넣어두고 먹지 못했다. 요구르트를 만들고 다시 아이스크림이 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제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드는 즐거운 놀이를 했기에 그 긴 시간을 짜증 내지 않고 기다렸다. ¨엄마가 만들어준 아이스크림이 최고!¨ 인이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달게 먹었다. 환이 녀석도 절반은 흘리면서도 손가락에 묻은 것까지 쪽쪽 빨며 맛나게 먹었다. 엄마가 만들어준 것보다 더 맛난 음식이 세상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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