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된 우리 딸 인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짬짬이 육아 일기를 썼다. 한 생명이 잉태되면서부터 살아온 나날의 기록이 남아 있다면 얼마나 값지겠는가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걸 보며 인이가 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는 엄마다운 계산도 했다. 처음엔 쓰고 싶을 때만 썼다. 그러다 고 작은 목숨이 내게 들려주는 날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차마 흘려버릴 수 없어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쓰게 되었다.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는 녀석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경이롭다 싶게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러다 연년생으로 환이를 낳자 할 이야기는 시나브로 늘어났다. 하지만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 일기 쓰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제목만 적어두고 일주일 씩, 보름씩 몰아치기로 일기를 쓰는 날이 많아졌다. 언제부턴가 육아 일기 쓰는 게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쓰고 싶어질 때 다시 쓰자며 일기장을 덮은 게 벌써 여러 달째다. 오랫동안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일 차례가 된 모양이다. 인이(35개월) 환이(22개월)랑 살면서 생기는 여러 일들을 가감 없이 쓰려한다. 그리고 재미나게 쓸 생각이다. 글이란 모름지기 재미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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