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해남군 보건소에서 관내 군민들의 건강증진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로 고혈압, 당뇨병 강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 건강교실에 의뢰 받아 강단에 몇 번 서고 있는데, 고혈압이나 당뇨병 강의를 나가보면, 경청하시는 군민들의 열기가 굉장히 열성적이고 관심이 높다. 간혹 메모까지 하시는 분들을 보면 강의준비를 하는 필자로써는 항상 좀더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곤 한다. 강의 후 질문시간에 꼭 나타나는 문의는 몇몇 어르신들께서 현재 몇종의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는데 과연 효과가 있느냐? 하는 질문들이다. 요즘같이 홈쇼핑과 같은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판매수단이 발달하고 난 뒤에는, 이처럼 부쩍 건강식품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 무엇을 먹으면 건강에 좋은데요?” “체중을 줄이려는데 효소제를 먹어도 효과가 있나요?” “숙변을 없애기 위해 포도나 쌀겨 제품을 먹으면 어떠한가요?” “누에그라는 어떠한 제품인가요?” 등등.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사실 필자는 할말을 잃는다. 사실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모른다는 이야기는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 효과가 밝혀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다르게 생각 해보면 해독조차도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진실이 명백하지 않는 경우 유언비어가 나도는 것처럼, 오히려 밝혀져 있지 않기에 건강식품에 대해 숱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 특히 질병으로 고생할 때 뭔가 한 가지 약으로 한방에 말끔히 해소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유는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간혹 무엇을 먹고 질병을 깨끗이 나았다거나, 심지어는 불치의 병인 암을 기적적으로 낫게 했다는 사례까지 곁들여지면 사람들은 점차 그 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정으로 건강식품이나 몸보신 약을 먹거나, 일반적인 치료 방침을 따르지 않고 특효약인양 먹다가 오히려 더 나쁘게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해남종합병원 근무시절, 간염으로 입원한 60대 남자의 환자 주치의를 한 적이 있다. 급성간염으로 입원한 경우인데, 간염의 종류가 흔히 접하는 B형 간염이 아니라, 희귀한 담정체성 간염이어서 그 원인에 대해서 정밀검사 하였으나 별로 나타나는 것이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병력조사를 세밀히 재검한 결과 소위 정력증진을 위해 남성호르몬을 과다 복용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호르몬이 담정체성 간염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발견 하였다. 질병치료에 있어서 어떤 치료약을 선택 하는 것은, 과거 무수한 임상실험을 거쳐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치료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졌기 때문에 사용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행수를 바라는 치료방법으로 현재 자기 자신을 그 실험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논리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물론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밝혀지지 않는 독작용이 있을시 해독방법이 없고 설사 해독방법을 찾는다 해도 건강을 이미 놓친 뒤이다. 건강식품과 민간약초요법의 사용에는 꼭 약효와 독작용을 검증 해보고 문의하여 복용하여야 할 것이다. 몸을 과로하면서, 술을 마음껏 마시고, 먹고 싶은 것 포식하며, 먹기 싫은 야채나 과일을 멀리하고, 운동을 전혀 않으며 100m를 걷기도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생활태도는 결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생활 하에서 자신만이 어떤 불로장생초 같은 건강식품으로 절대로 건강을 보장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건전한 사회인 것처럼, 평범하고 건전한 생활수칙을 성실히 노력하는 가운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때, 건강이 보장되고 천수를 다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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