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못짓겠다`` 재시공 요구
고천암 논진입로 한곳뿐 노동력, 노동시간 늘어 영농차질

논 진입로 한곳뿐 노동력 되레 늘어 분양된 지 2년째를 맞는 고천암 간척지.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고천암 간척지 화산지구는 논∼농로∼논∼배수로∼논의 순으로 농지가 만들어져 농로 양쪽에서 농민들이나 농기계가 논에 쉽게 진출입할 수 있는데 반해 황산지구는 농로∼배수로∼논∼수로둑(1m)∼논으로 만들어져 있어 배수로에 난 다리를 건너야만 논으로 진입할 수 있는 아주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농작업을 단순화해 노동력을 절감하려면 아무 곳에서나 논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천암 황산지구 일부 논은 한곳에서 밖에 진입 할 수가 없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풀베기 논갈이 이앙하기 거름주기 농약하기 잡초제거 수확하는 농작업 과정을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일일이 가져다 날라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농가들은 고천암 공사가 올해로 준공되기 때문에 그전에 재공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는 끝나면 그만이지만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두고두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둑길이는 50∼100m, 농가들은 이앙을 하거나 농약통이나 거름을 지고 다니려면 1명이 할 수 있는 농작업도 2∼3명이 필요해 황산지구는 화산지구에 비해 2배 이상의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공사를 요구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박병두지부장은 87년부터 경작을 한 고천암 황산지구는 가장 먼저 간척공사를 한 곳으로 그 당시에는 최선의 공법이었다며 그 후 화산지구는 농작업에 편리하도록 공사방법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또한 농가들이 불편이 커지면 재공사를 해야겠지만 다른 지역의 간척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황산지구를 지금 재공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천암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화원공구 900ha는 어떨까. 화원공구 역시 구지마을 앞쪽 간척지는 고천암과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배수로의 다리를 넘어 농작업을 해야 하는 불편이 나중에 설계된 이곳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나머지 구간은 농로 논 농로 배수로의 구조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배수로에 붙은 농로는 겨우 경운기 한 대가 지날 정도로 좁고 되돌릴 장소가 없어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암군 삼호간척지는 논이 4500평인데 논∼농로∼ 배수로의 구조로 만들어져 농작업이 비교적 편리하도록 돼 있다. 논둑과 농로 높아 노동력 과다케 해 올해 66세 황산호동 명노충씨. 고천암 농지를 분양받아 2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는 직파를 끝내고 나서 논둑을 까 내리고 있다. 농약통을 지고 논으로 들어갔다 나오려면 논둑이 높아 여간 힘든게 아니기 때문이다. 논둑의 높이는 1m로 한 번에 올라서기 힘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논둑을 낮추고 있다며 논둑이 왜 이렇게 높은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간척지에서 콤바인이나 이앙기로 기계작업을 대신해 주는 황산면 신정리 김영관씨도 고천암간척지의 논둑과 농로가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농로와 논은 70cm∼100cm가 넘는 곳이 많아 기계가 진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계가 한 곳에만 진입을 하다보니 한쪽은 계속 물러져 기계가 빠져 아예 포클레인을 대기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계가 논의 아무 곳에서나 바로 진입할 수 있으면 농작업도 쉽고 수렁논도 되지 않을텐데 왜 이렇게 높아야 하는지 더 낮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 했다. 농업기반공사 박병두지부장은 공사지침 상 간척지 도로는 포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형농기계들이 다니는 농로를 높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올해부터 간척지 농로 포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농로 높이를 낮춰 포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원공구나 영암삼호간척지도 역시 농로와 논두렁이 높아 농작업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또한 간척지배수로 내 갈대로 인해 비가 많이 올 경우 물빠짐이 더뎌 하류지역은 침수가 발생하고 있어 갈대를 제거하는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해남지사는 수로 옆의 갈대는 기반공사가 제거하지만 논 주위의 갈대는 농가들이 직접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며 환경단체의 감시활동 때문에 갈대를 약이나 기계를 사용해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입구도 하나 배수로도 하나 황산면 신흥리 박모씨(68). 그의 논은 신흥리 구간 첫 번째 논인데 단지에 물을 공급하는 고장 난 배수통에서 물이 계속 흘러내려 수렁논이 돼 포클레인을 불러 논가로 1m 폭으로 고랑을 내 배수로 까지 연결했다. 배수로가 한 곳이어서 물빠짐이 나쁜데다 고장난 수통 때문에 물이 계속 흘러들자 물길을 만든 것이다. 박모씨의 논 옆 수로는 열고 닫는 수문 자체가 고장 나 물을 조절할 수 없고 수위가 높아져 수로를 넘쳐 논을 침수시키자 농가들이 아예 수로 위에 벽돌을 쌓아 수로 높이를 높여 놓았다. 농업기반공사 고천암관리사업소는 논에 있는 배수통을 제외한 수로와 배수로에 관계된 하자는 자체 조사하거나 농가들이 전화하면 모두 기반공사에서 보수하고 있지만 현재 사용해야 하는 수로 등은 벼 수확이 끝난 후 보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천암 황산지구는 양수장에서 수로로 논 근처까지 연결되고 논까지는 매설된 관을 통해 공급되고 화산지구는 양수장에서 논까지 관으로 공급되고 있다. 고천암은 논으로 물이 유입되는 급수통과 배수구가 모두 하나다. 간척지의 경우 모내기를 하지 않고 직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모내기를 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화원공구는 수로를 관으로 매설하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논으로 유입되는 유입구가 2곳, 배수통은 3개가 만들어져 있어 고천암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영암삼호간척지 역시 배수통이 3개인데 농가들은 배수통이 망가지거나 높낮이가 논의 수위와 달라 비효율적이라며 자체적으로 관을 묻어 사용하고 있었다. 화원면 청룡리 윤승현씨는 “배수통의 높이가 제각각이어서 물조절을 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배수통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배수관이 낮아서 배수로에서 물이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수로의 이음새가 벌써 벌어져 물이 누수돼 논둑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기반공사영산강사업단 공사과장은 배수통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방법으로 삼호공구의 경우 일시경작 때 관리가 전혀 안되고 기계작업 시 망가지거나 위치가 변해 실효성이 떨어진 경우가 발생했고 분양을 받은 농가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농가들이 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배수관이 높으면 물이 떨어지는 힘 때문에 배수로가 패이게 돼 낮게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일시경작을 시작한 화원간척지는 구지 저상리쪽 등 하단부에는 물이 공급되지 않아 금호호에서 물을 끌어 올려 사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영산강사업단 공무부는 화원양수장의 물 공급이 날짜별, 구역별로 물을 공급하도록 설계됐는데 농작업이 일시에 이뤄지면서 물이 부족한 상황을 겪게 됐다고 설명하고 문내양수장을 완공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천암의 경우도 처음 2개의 양수장을 가동하다가 지금은 8개의 양수장을 가동 190여ha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간척지는 직파를 하고 염해 피해 때문에 물을 자주 걸러대며, 농기계의 보급으로 모내기가 한꺼번에 이뤄지기 때문에 물부족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농업기반시설 생산비 절감토록 만들어져야 대규모 간척 공사는 식량증산과 영농규모화, 농가들의 노동력 감소 등을 위해 조성되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간척사업이 오히려 농작업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개방이 가속화되면 쌀값은 12만원(80kg)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비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그중 토지용역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노력비용이 많다. 농업기반시설을 정비해 농업생산비를 줄이는 것은 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간척지에서 농가들이 농사를 지어보니 노동력과 비용이 더 들어 간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고천암 황산지구는 옛날에 설계됐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농기계나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논 구조와 높은 농로와 논둑 때문에 오히려 노동력과 생산비를 증가시키고 있어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영산강3-2지구에 대해서도 농가들이 농사짓기에 편리하고 생산비를 줄일 수 있도록 공사하는지 점검과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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