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 파도에 몸씻고 쨍~쨍 햇볕에 말리고

화산면 구성리에 가면 갯벌 사이로 솟아난 모래언덕을 만날 수 있다. 길이가 1km에 달하는 이 모래언덕은 물 속을 헤엄치는 용처럼 꿈틀거리며 시원스레 날아간다. 물이 나면 검은 갯벌 한 가운데 긴 섬을 만드는 하얀 모래언덕을 이곳 사람들은 치등이라 부른다. 주민들은 이곳 모래언덕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양이 늘어나고 있어 골칫거리라고 말한다. 뱃길이 모래에 막혀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천암이 간척되고 나서 조류 흐름이 바뀌어 파도가 모래를 이곳으로 모아오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주민들의 막연한 추측이다. 모래는 바람과 조류를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바꾼 바다 환경이 조류 흐름을 바꿔버려 문제가 되고 있다. 바다가에 방조제나 해안도로를 만든 후 매년 모래를 퍼다 부어야 하는 해수욕장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조류의 흐름에 따라 들고나던 모래들이 자취를 감추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곳 구성리처럼 새롭게 쌓여 가는 곳도 있다. 물 속에 잠겨 있다가 하루에 두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이 거대한 모래언덕은 쉽게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물이 다 나더라도 모래언덕으로 들어가려면 어른 가슴팎까지 차오르는 개웅(갯고랑)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덜은 몸이 물위로 떠버려 무서워서 가덜 못해. 사내들이나 들어가지” 물가 바위틈에서 꽃게를 잡고 굴을 따는 아낙네들이 손사레를 쳤다.거리가 5m밖에 안되는 이곳은 위험을 감수하고 물속을 헤치고 가든지 배를 타고 가야하는 옹삭한 곳이다. 갯벌은 모래, 펄, 모래펄, 암석, 진흙펄갯벌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중 모래갯벌에는 이동하면서 사는 꽃게 등의 바다생물들이 주로 산다. 또 물이 휩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모래 속에 몸을 파묻고 있는 조개들 천지다. 구성리 모래언덕 주변은 갯벌과 접하고 있어 모래와 펄이 적당히 섞여 어류와 패류 등이 풍부하다. 물을 건너가 한시간 남짓 모래언덕 주변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던 한 노인은 낙지와 꽃게, 고동 등을 한 망 가득 담아 나왔다. 구성리 어촌계장 서기열씨는 8월 초에 모래갯벌을 틀 예정이란다. 갯벌을 튼다 함은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이곳에서 반지락 등을 잡아내는 것을 말한다. 구성리에서 아름다운 해안선을 끼고 언덕을 넘으면 1.5km에 이르는 은빛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송평리 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선이 길고 모래가 아름다운 송평해수욕장은 해마다 찾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구성리 사람들은 바다가 만들어 준 이 모래언덕을 송평리를 찾은 피서객들에게 체험어장으로 개방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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