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농사를 하는 A 씨. 지난해 배추 모종값에 비료와 농기계 등 농자재값, 인건비 등 배추를 생산하는 데 총 3200만 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태풍에 병충해 피해가 발생하고 배춧값마저 폭락하면서 계약이 무산되고 수확도 못한 배추가 늘면서 걷어들인 수입은 2100만 원에 그쳤다.

한해 힘들게 농사를 지었지만 남는 것은 1100만 원의 빚이었다. 수입이 없으니 생활비도 빚을 내 조달하면서 빚이 눈덩이가 되고 말았다.

농사짓고 뭐라도 남아야 농협에서 빌린 영농자금을 갚고 이자도 제때 내고, 외상으로 구입한 농자재값도 치를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다 보니 빚은 빚대로 늘고 대출이자는 연체될 위기를 맞고 있다. 봄에 다시 농사를 시작하려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빚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A 씨 상황은 해남지역 상당수 농민의 실정을 대변한다. 일부는 빚에 내몰려 고금리 사채를 쓰고 경매 위기까지 맞고 있다. 생산비를 건지기는커녕 빚만 쌓이다 보니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물가 잡는다며 농산물을 무차별적으로 수입하고 배춧값이 폭락해도 저장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는가 하면, 농자재값 폭등 속에 오히려 비료 지원예산을 줄였다. 쌀값은 사상 최대의 시장격리를 하고도 20kg 한 가마가 지난달 4만4000원대로 최대치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건비는 두 배 오르고 농자재값도 폭등했지만 농촌을 지키는 농민에게는 쌀값과 농산물 가격 폭락만 안겨진 상황이다.

지난 21일 열린 해남군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정권 퇴진'이나 '갈아엎자'는 단어까지 쏟아내며 현 정권의 농정실패를 강하게 비판했다. 말로만 농촌 살리기나 지역소멸 대책을 내놓지 말고 농민과 농업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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