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 개의 나이를 갖고 살아간다. 하나는 달력나이, 다른 하나는 신체나이다. 달력나이는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햇수로 따지기에 강제적이다. 세월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반면 건강나이라고도 하는 신체나이는 건강 상태나 노화 정도에 매겨진다. 생활 습관이나 관리에 따라 '30세 중년'이 되기도 하고 '60세 청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선택적이다. 달력나이에 0.7이나 0.8을 곱하면 신체나이라는 계산법이 회자하기도 했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건강한 60세는 0.7을 곱한 42세가 신체나이가 된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6세이다. 평균수명은 자살이나 사고사 등을 불문하고 그해 죽은 사람의 평균 나이다. 가장 많은(최빈) 사망 연령대는 평균수명보다 10살 정도 높다고 하니 보통 90살 넘어 죽는다는 말이 된다. 세상살이가 이러하니 70대 나이에 노인이라 불리는 게 달갑지 않을 뿐이다.

대중가요는 10여 년 전부터 이런 흐름을 탔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2012년 선보인 오승근의 트로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나이를 소재로 한 노래는 '나이야 가라(하춘화·2014)' '너 늙어봤냐 난 젊어 봤단다(서유석·2015)' 등이 줄을 이었다.

연령대를 일컫는 전통적인 단어는 영아(0~1세), 유아(1~6세), 어린이(6~13세), 청소년(12~18세), 청년(19~30세), 장년( 30~45세), 중년(45~64세), 노인(65세 이상) 등이다.

하지만 청년을 두고 청년기본법은 19~34세, 통계청은 15~29세, 청년위원회는 20~39세, 국회는 19~39세, 정당은 19~45세로 정해놓고 있다. 청년의 나이가 헷갈릴 정도로 제각각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청년에 포함되는 나이를 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가면 청년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중년 취급을 받는다.

해남은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청년발전 기본조례'에서 청년을 '만 18세 이상 49세 이하'라고 정의했다. 앞서 2019년 제정된 '중장년 지원에 관한 조례'에서 중장년은 '5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성공적 노년기의 주체임을 인식하여 스스로 노력하며, 그 준비지원에 필요한 군의 시책에 적극 협력'이라는 난해한 문구를 넣었다. 불과 4년 전에 만들어진 조례에 구시대적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덧붙이면 중장년이라는 단어 대신 요즘 말로 신중년(50~64세)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다시 청년 이야기로 돌아와서 전남도는 청년의 나이를 19~39세로 국회와 똑같이 규정하고 있다. 여수·순천·장성도 이에 따른다. 나주·광양은 18~39세, 목포는 내년부터 18~45세로 늘린다. 해남과 같은 곳은 영암, 진도, 신안 등 6개 군이다.

지자체의 이런 나이 규정은 각종 정책에 혼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해남군이 전남도와 매칭펀드로 하는 청년 지원 정책은 도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조그만 나라에서 청년 나이 하나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회도 청년 나이를 조례에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달력나이에 따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지만, 이젠 신체나이에 걸맞은 명칭을 고민할 때가 됐다. 공자의 사상이 담긴, 2500년 전에 쓰인 논어에 '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라는 문구가 있다. 옛것은 익히되 이에 파묻히지 말고 새것을 취해 변화하라는 주문이다. 공자도 수구꼴통은 되지 말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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