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협동조합 제자리찾기' 조합원이 주인이다
<5> 세습에 보은·보복 인사 "이젠 사라져야"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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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2.17  18: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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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중앙회 채용공고 홈페이지. 상당수 지역농축협이 자체 홈페이지는 물론 농협중앙회와 연계해 계약직 등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

① 선거판 흔드는 무자격조합원
② 깨끗한 선거 원년의 과제
③ 위탁선거법 개정이 시대적 소명
④ '빈 수레' 경제사업 조합원 우선돼야
⑤ 지역조합 품앗이 채용 문제

지역조합 채용과정 '비리 온상'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지난 2019년 관계 부처 합동감사반을 구성해 2015년 이후 5년간 농수축협 채용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부정 청탁이나 부당 지시로 임직원의 친인척과 자녀를 특혜채용하는 등 비리 혐의가 있는 23건은 수사를 의뢰하고 공고나 심사 등 채용 절차 미준수와 생략 등 156건에 대해서는 관련자 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

채용 비리가 적발된 조합사례를 보면 천태만상이다. 영업직을 채용하며 임직원 자녀 1명만 응시했으나 재공고 없이 채용한 경우, 채용계획 수립이나 공고 없이 임원의 지인 자녀를 채용한 경우, 자녀를 채용시키기 위해 다른 임원들에게 부정청탁을 한 경우, 임원 조카를 채용하기 위해 응시 연령을 공고와 다르게 조정한 경우 등이었다.

다행히도 당시 조사에서 해남지역 적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용 비리는 결과적으로 조직의 사유화와 고용 세습은 물론 임직원들이 서로서로 비리를 눈감아주는 비민주적인 조합 운영을 낳을 수밖에 없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문제가 불거지자 채용제도가 개선돼 지금은 일반직(정규직) 채용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주관해 전국적으로 동시에 인원을 선발해 각 조합별 사업계획과 정원책정 기준에 맞춰 배정하고 있다. 또 계약직을 채용할 때도 해당 조합에서 자체 공고를 하되 면접 때는 농협 해남군지부 등 외부면접관 과반수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해남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은 여전하다. 당시 걸리지 않았을 뿐이라는 얘기부터 지금도 여전히 임직원들의 자녀 채용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해남 대물림 채용 여전

A 농협은 농협 이사와 감사의 자녀 두 명이 현재 근무하고 있다. B 농협에는 전직 감사 자녀가 근무하고 있다. C 농협에서는 이례적으로 직원 한 명이 인사이동을 통해 광주광역시의 한 농협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직원의 경우 해남 출신 정치인의 조카로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 농협 조합장 자녀와 친인척이 대거 농협에 채용된 것도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아들 두 명은 각각 해남과 신안에 있는 농협에 채용됐고, 조카 두 명은 각각 목포와 조합장 자신의 농협에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원들의 대물림 채용은 물론 조합장이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의 자녀에게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목포에서는 아예 서로 다른 조합끼리 자녀와 친인척을 맞교환 방식으로 채용해주는 품앗이 채용 의혹이 불거져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해당 농협들은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채용이 이뤄졌고 단지 조합장 등 임원 자녀나 친인척이라 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여전히 채용 절차가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곳이 있고 외부면접관이 들어온다 해도 지역에서 다 아는 사이인데다, 계약직으로 뽑았다가 조합 자체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시켜주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남에 있는 14개 조합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조합 전체를 대상으로 외부기관에 맡겨 임직원 자녀 채용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은·보복 인사로 악용된 승진

조합의 직원 체계는 보통 직원, 과장, 팀장(차장), 상무, 전무, 조합장 순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조합에서 조합장 권한이 막강하고 이사회도 자기 사람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승진에 있어서도 일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E 농협은 조합장이 자신을 선거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차가 훨씬 많은 상무 대신 1년 전 승진한 상무를 다시 전무로 승진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F 농협은 조합장이 자신과 친한 인사를 과장에서 팀장으로 올린 뒤 몇 달 만에 다시 상무로 진급시켜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G 농협에서는 과장 승진 시험에 합격해 수년 동안 승진을 기다리고 있는 이른바 과장보(대리) 여러 명 중에 자리가 나오자 가장 최근에 합격한 특정 인사를 과장으로 승진시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조합별로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임원들이 조합장 눈치를 보며 인사권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조합들은 승진에서 누락된 쪽에서 퍼뜨린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승진 인사가 보은 인사와 보복 인사로 이뤄질 경우 전체 직원들의 사기나 건전한 조직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나 원칙을 우선하고 하위직 직원들도 참여하는 다면평가나 승진 점수 공개 등 혁신적인 제도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이용희(전국농민회총연맹협동조합 개혁위원장)

농민들은 코로나19와 고물가, 높은 이자로 한숨만 짓고 있다. 또한 연일 발생하는 농협의 각종 비리는 농민 조합원과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속에 힘없는 약자의 문제, 농업농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농협의 전·현직 조합장, 이사, 감사 등 이사회 자녀들의 불법채용 의혹이 입과 입으로 전해지면서 1118개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 및 48곳의 계열사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에서 진행하는 도별 인사업무협의회와 시군 인사업무협의회 제도는 농협 전·현직 임직원들의 자녀 및 친인척 채용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장이 자기가 근무하는 조합에 직접 채용을 할 수가 없으니까 다른 조합에 채용하도록 하고 그 조합장의 자녀 및 친인척을 채용해주는 방식으로 이른바 품앗이 방식이 악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농민 조합원을 중심으로 하는 채용 준칙과 채용규칙이 새롭게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승진에 있어서도 자기사람 챙기기와 보복 인사 등 조합장의 비민주적인 인사 행태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쇄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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