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해남군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입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입후보안내설명회를 개최했다. 입후보 예정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해남군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입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입후보안내설명회를 개최했다. 입후보 예정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① 선거판 흔드는 무자격조합원
② 깨끗한 선거 원년의 과제
③ 위탁선거법 개정이 시대적 소명
④ '빈 수레' 경제사업 조합원 우선돼야
⑤ 지역조합 품앗이 채용 문제

오는 3월 조합장 선거에 처음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인 A 씨. 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혼자 면 소재지로 나가 길거리에서 만난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대표 경력이 담긴 명함을 건네거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방문해 어르신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하는 게 일과이다. 설 명절을 맞아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설 인사를 하기도 했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어서 자신을 더 알리고 자신이 내세우는 공약을 더 잘 알리고 싶은데 현재로서는 이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A 씨는 "답답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현직이 아닌 신인의 경우 자신을 더 알리고 좋은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공보와 벽보만 보고 뽑으라는 것인지, 알아서 불법을 저지르라는 것인지 개선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출마예정자인 B 씨도 현직은 저기 앞에서 출발하는데 자신은 저만치 뒤처져 시작하는 불공정게임이 되고 있다고 했다.

B 씨는 "조합원들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도 농협에서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며 "면 단위별로 전화번호부가 있지만 외지 출신 등은 등록돼 있지 않고 어르신들은 일반 전화밖에 없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만 있는 위탁선거법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아닌 위탁선거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위탁선거법은 공직선거와 달리 선거운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먼저 공직선거와 달리 반드시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유세 차량을 활용할 수 없고 배우자나 가족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운동 기간도 단 13일뿐이다. 공직선거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해 전화나 문자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제도가 없다. 또 후보 등록 다음날부터 선거일 전까지 13일간만 선거운동 기간이 주어지고 있다.

선거운동 방법은 6가지에 불과하다. 공보와 벽보, 개인 전화, 조합 누리집, 전자우편, 공개된 장소에서 어깨띠 착용, 명함 배부 등이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글 또는 동영상을 보내는 것도 선거운동기간에 한해서만 할 수 있으며 명절 등에는 의례적인 인사만 가능하다.

다수가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 집을 방문하거나 심지어 논이나 밭, 축사를 방문하는 것도 위탁선거법 위반이다.

또 공직선거처럼 TV토론 같은 후보토론회나 거리유세, 정책발표회도 금지된다. 누가 봐도 어떻게 선거를 치르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출발선이 다른 불공정한 게임

반면에 현직 조합장은 오히려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위탁선거법 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총회나 조합 행사, 마을 모임, 조합원 경조사 등에 선거운동 전부터 직접 참석해 얼굴을 내민다. 명절 때는 조합 이름으로 조합원들에게 선물을 돌리고 조합에 있는 조합원 연락처를 활용해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어도 의례적인 안부 인사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지지해달라는 내용만 없으면 되기 때문인데 자유롭게 연락하는 것 자체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사전선거운동 시비가 일고 있다.

한 선거구에서는 현 조합장이 특정 모임에 참석해 자신의 활동 내용, 이른바 치적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하고 모임 참석자들에게 조합 비용으로 식사를 대접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다른 선거구에서는 명절 때 조합 이름으로 선물을 돌리고 심지어 측근들을 내세워 추가로 선물을 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남군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조합에서 그동안 쭉 해왔던 연례행사이거나 사업계획이나 예산에 미리 잡혀있는 행사나 비용에 대해서는 위탁선거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사항이다"고 말했다.

사전선거운동 소지가 다분하지만 조합장 이름이 아닌 조합 이름으로 선물을 돌리고 비용을 지출하면 된다는 것인데 출발부터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편법, 불법이 조장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깨끗한 조합장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운동 방법을 지금보다 확대하고 유권자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며 후보토론회를 허용하는 등 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에 준하는 신속 재판 필요

화산농협 조합장이 1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었는데 2심에서는 왜 무죄가 나왔냐를 논하기에 앞서 무려 3년 이상 재판이 진행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화산 조합장은 지난 2019년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21년 9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기소된지 2년여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코로나19로 재판이 밀려 그랬다는 재판부의 항변도 있었지만 잦은 기일 변경도 한 원인이 됐다. 2심도 문제였다. 1심 이후 곧바로 피고인(조합장) 측에서 항소장이 제출됐지만 1심 판결 10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첫 재판이 열렸고 또다시 기일 변경을 거쳐 지난 1일에야 선고가 내려졌다. 선거가 치러진 지 4년, 기소된 지 3년 4개월여 만이다. 3심까지 간다면 임기를 다 채운 다음에 재판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조합장 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고 위탁선거법 적용을 받다 보니 재판 기간과 관련한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제270조에 '선거사범의 판결은 1심의 경우 공소 제기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소 제기 후 1년 안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마무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이 3년 이상 진행되는 것은 당사자도 힘들지만 지역 내 갈등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시정돼야 하는 부분이다. 조합 일을 하면서 재판준비를 해야 하고 임기 다 채운 다음에야 재판 결과가 나오는 현실은 법조문을 떠나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위탁선거법을 개정해 공직선거법처럼 재판 기간을 강제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윤재갑 국회의원 

현재 농협·수협·산림조합장 등 위탁선거는 공직선거법과 달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주체를 후보자 본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선거사무원을 둘 수도 없고, 배우자 등 가족의 선거운동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위탁선거법은 그 취지와 달리 유권자 조합원의 알 권리와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크게 제약하는 '깜깜이' 선거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후보자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배우자 등 최소한 가족에게는 어깨띠·윗옷·소품 또는 명함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 공동 발의한 개정안과 같이 조합장 선거에서 후보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선거운동이 허용된다면 선거운동의 자유와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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