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부족으로 관치수준 못 벗어나 동력 상실
일부 자치회는 수개월 이상 회의 한 번 없어
주민 역량 높이고 자율·권한 등 재설정 필요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과 공동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을 찾아 해결해나가는 주민자치가 해남에서도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자치(위원)회는 수개월째 회의를 열지 않거나 갈등과 마찰도 불거지고 있어 주민자치에 대한 기본 틀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남군은 주민들의 자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2월 '해남군 주민자치회 시범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인 2021년 3월 26일 삼산면 주민자치회가 처음으로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어 북일, 계곡, 북평, 황산 등에서 잇따라 주민자치회가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산이와 옥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돼 현재 7개 면에서 주민자치회가 활동하고 있다. 읍, 화산, 현산, 송지, 마산, 문내, 화원 등 나머지 7개 읍면은 주민자치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주민자치에 대한 지역 내 인식과 역량이 낮은 상태에서 주민자치 조직 구성만 서두르고 행정과의 관계도 명확히 정립되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행정이 끌고 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실정이다.

A면 자치회장은 "현재 해남지역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보다는 행정에서 끌고 가는 관치"라며 "주민자치회가 사회단체가 아닌 주민 대표 기구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민자치 역량도 낮지만 권한도 없어 주민들로부터 관심을 얻지 못한 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 보니 수개월째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며 "자치회는 위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면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예산이 없어 엄두를 못 낸다"고 덧붙였다.

B면 주민자치회도 지난해 분과모임 등 회의가 열리지 않을 정도로 주민자치 위원들의 관심마저 멀어진 상태라고 한다. 주민자치회 조례에는 월 1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고 자치회 활동에 대한 평가, 다음연도 계획안, 예산에 대한 편성과 집행계획 등에 대해 연 1회 이상 주민총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B면 주민자치 위원은 "자치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위원들 간 갈등이 빚어졌고 면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주민총회를 마친 후에는 이렇다 할 활동방안을 찾지 못해서인지 지난해 한 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주민자치 활동이 연속되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몇몇 자치회장과 위원장이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권위만 내세우다 보니 자치위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며 동력을 잃게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의견을 전달하면 간섭으로 받아들이고 제안한 사업에 대해 일만 만든다거나 자치회가 왜 하려고 하느냐는 등 일부 면에서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주민자치를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반면 일부 주민자치(위원)회는 면정에 대해 보고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신청한 사업들이 기존 사회단체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과 겹쳐 주민자치(위원)회가 필요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주민자치(위원)회와 행정 간의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주민자치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피 업무로 꼽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주민자치 토양을 면밀히 분석해 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치위원뿐만 아니라 군의원, 담당 공무원, 주민 등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견학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별로 명확한 역할 설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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