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여성이 만든 '오지다 협동조합' 첫 작품 발간
육아일기 포토북·손편지 쓰기 등 영역 확대 나서

▲ 서관순 이사장이 자신이 집필한 시어머니의 자서전을 들어보이고 있다.
▲ 서관순 이사장이 자신이 집필한 시어머니의 자서전을 들어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만 오랫동안 기억돼야 할 부모의 삶이 자서전으로 출판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자서전은 '내 손에 내 책 한권'이란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12월 설립한 '오지다 협동조합'이 첫 번째로 선보이는 책이다.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자서전 출판을 돕는 등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서출판 오지다 협동조합(이사장 서관순)은 91세 김선초 어르신의 자서전 '내 인생 한 번 못 산 거시 한이제'를 출판했다. 10여 년 동안 지역에서 독서·공부·봉사·여행 등을 함께 한 40~60대 8명의 여성들이 활동 영역을 넓히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해 출판사업을 시작한 것. 농민, 영양사, 사회복지사, 자영업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은퇴 후 마을과 함께하는 공동체 삶을 꿈꾸며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출판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오지다 협동조합이 첫 사업으로 진행하는 자서전 출판은 소설가이자 어린이 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관순(55·해남읍) 이사장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2년 전 해남읍 호천마을에서 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마을 책 발간 사업을 맡았는데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보낸 우리 부모의 삶을 담은 책 출판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서 이사장은 "자서전이 유명인만 쓴다고 인식되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 또한 충분히 기록될 가치가 있다"며 "10년 전 작고하신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이 많아 시어머니 자서전을 협동조합 첫 번째 출판사업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장흥에 거주 중인 시어머니를 만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듣고 구술 자서전을 펴냈다. 처음에는 자서전 출판을 마다하던 시어머니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시어머니의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가족들도 함께 취재하는 등 온 가족이 참여하며 가족사도 담겼고 가족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고 한다.

서 이사장은 "자신의 인생은 없이 온전히 가족들을 위한 삶만을 사신 시어머니가 내 인생 한 번 못 산 것이 한이란 이야기를 하셔 그대로 책 제목으로 옮겼다"며 "이야기를 하시며 가슴 속에 답답하게 남아있던 한과 응어리도 풀고 치유되시는 느낌을 받아 시어머니 마음에 반창고를 붙여 드린 것 같아 자서전 집필 이상의 의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자서전은 149쪽 분량에 김선초 어르신의 삶 뿐만 아니라 손때 묻고 사연 담은 사물들, 김선초 10문 10답, 가족들의 편지, 사진 등으로 꾸며졌다.

오지다 협동조합은 자서전이나 자신의 책을 펴내고 싶지만 글쓰기 등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의 조력자로서 취재부터 집필, 편집, 출간 등을 돕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서 이사장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사진으로 찍었지만 수집에만 그친 부모들을 위한 육아일기 포토북 출간 프로그램을 비롯해 치유에 도움이 되는 글쓰기, 북카페. 손편지 쓰기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며 "여성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지역사회 여성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업들로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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