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먹어치우는 바다의 ``해적``
어촌계 별로 할당 연중 잡아내야

지금 해남 바다 전역에서 불가사리와 한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새벽 5시30분, 김 양식도 끝나고 김발도 모두 정리해 한가한 어촌이 불가사리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송지면 송호리어촌계(계장 박미광)와 영어법인 등 5척의 배가 불가사리를 잡기 위해 새벽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섰다. 일명 소라망이라 불리우는 형망을 이용해 바닥을 긁자 10분도 채 안돼 10kg가 넘게 불가사리들이 끌려 올라온다. 송호리 앞 어느 곳에서나 소라망을 담궈 끌면 불가사리가 무더기로 올라왔다. 이 넓은 바다 바닥이 온통 불가사리뿐이란 말인가. 놀랄틈도 없이 끌려 올라온 불가사리들을 포대에 담고 다시 형망을 바다에 밀어 넣고, 이렇게 하루종일 잡으면 하루에 1인당 700kg까지 잡을 수 있다고 하니 불가사리 퇴치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연안 1ha당 평균 1000마리가 서식하고 있어 바다 전체가 불가사리 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불가사리는 바다의 썩은 물고기 등을 먹어치우는 청소부 역할을 하니 사실 필요한 것인데 문제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불가사리가 많아졌을까. 어민들은 수온상승을 남해안에 불가사리가 많아진 이유로 꼽았다. 또 적조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해남도 간척사업과 해양환경 오염으로 연안에 불가사리의 먹이가 많아진 것도 이유다. 매년 실시되는 전복 바지락 고막 등 종패 방류는 불가사리의 먹이를 제공해 주는 셈이 돼 버린 것이다. 불가사리는 전복, 굴, 바지락, 백합, 피조개, 새꼬막에 심지어 죽은 물고기까지 먹어 치우는 그야말로 바다 해적동물이다. 이들은 바다와 양식어장을 오가며 무차별적으로 패류들을 먹어 치워 문제다. 5월 7월은 불가사리 산란기인데 한 마리가 하루 200만개의 알을 뿌릴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고 천적이 없는데다가 잘려나간 발은 금새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불가사리를 퇴치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잡아내는 것뿐이다. 오늘로 15일째 불가사리 잡기에 나선 송호리 어민들은 해년마다 바다에 바지락 고막 전복 등의 종패를 뿌리고 있지만 오히려 불가사리의 먹이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가사리 퇴치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민들은 전복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는 불가사리 퇴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남군은 불가사리 퇴치를 위해 산란기철을 중심으로 불가사리를 잡아내는 구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90톤을 목표로 송지 송호리, 중리, 북평협업 등으로부터 1kg 당 500원씩 불가사리를 수매하고 있다. 하지만 산란철인 6월에만 집중 구제하는 지금의 방법으로는 불가사리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불가사리를 잡는 것이 어민들의 소득이 된다면 어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기 때문에 군이 어촌계나 영어법인과 계약을 맺어 연중 불가사리를 전문적으로 잡도록 하고 구입단가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가사리는 유기칼슘 함유량이 높고 키토산의 원료인 키틴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키토산제의 효과도 아주 높을뿐더러 촉수 부위의 아미노산까지 함유된 고단위 종합 제재로 알려져 있어 각종 영양제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3면이 바다인 해남지역은 불가사리를 잡아 어장도 정화하고 이를 친환경 유기비료로 사용하도록 수산과와 농정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너무 많아서 탈인 불가사리, 그러나 효과가 높은 천연 유기질 거름으로 사용되고 있어 그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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