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삶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 유독 금융기관은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자영업자, 기업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은행마다 300~400%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마뜩잖게 다가온다.

지방은행을 자처하는 광주은행도 마찬가지이다. 역대 최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이자 놀이로 많은 수익을 낸다는 게 과연 자랑거리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자 장사에 조합원을 위해 설립된 농협과 축협도 가세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신용대출 금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해남의 12개 농·축협 가운데 5곳은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7%를 넘어섰다. 연초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신용이 낮으면 대출금리가 9%에 육박했다. 시중은행과 다름없는 돈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누구보다 힘든 삶을 가까스로 지탱해나가고 있다. 기름값, 농자재값, 인건비 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반면 쌀값은 폭락을 거듭하고 그나마 처분하기도 힘들다. 여기에다 고공행진을 하는 대출금리는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지금의 고금리는 돈 없는 농민에게는 빚잔치에 더욱 허덕이게 하고 돈 많은 사람은 높아진 예금금리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말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에 갇힌 모습이다.

이에 보다 못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농협의 돈 잔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농민들의 고통을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강력 촉구했다.

제2금융권인 조합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충분히 있다. 예금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에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수신고를 유지하려면 수신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그러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려야 할 것이다.

조합은 농민을 위해 설립됐다. 여건이 나빠졌다고 시중은행을 쫓기만 해서는 안 된다. 농민을 바라본다면 농민의 고통도 함께 나눠야 한다. 그래야 농민을 위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될 것이다. 조합만큼은 최소한 고리사채업자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지 않아야 한다. 주 수익원이 신용사업이더라도 농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보다 신중히 접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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