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다면서 농민도 잡는 꼴
폐기물량도 찔끔·20%는 자부담

▲ 지난해 11월 문내의 한 배추밭. 수확을 하지 못한 배추들이 방치돼 있다.
▲ 지난해 11월 문내의 한 배추밭. 수확을 하지 못한 배추들이 방치돼 있다.

배추값 폭락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산지 폐기는 찔끔 지원에 나서면서 오히려 설 물가를 잡는다며 시중에 배추를 평상시보다 더 풀겠다고 밝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추값이 폭락하고 중간상인들이 수확을 포기하며 배추농가들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자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는 배추 수급안정대책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가을배추의 수급 안정을 위해 전남에서만 96ha를 산지 폐기하기로 하고 평당 4400원의 80%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겨울배추의 경우 전남도가 나서 100ha를 산지 폐기하고 평당 5000원 선의 80%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직 해남에 몇 ha가 반영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해남의 경우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3071ha, 겨울배추는 1711ha에 달하고 있고 상당수가 수확조차 하지 못하고 밭에 방치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찔끔 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산지 폐기를 위해서는 농가의 경우 20%를 자부담으로 반영해야 한다. 나머지 80% 중 해당 농협에서 20%를 부담해야 해 정부가 산지 폐기 면적을 더 늘리고 지원도 100% 책임져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애수 산이농협 조합장은 "쌀값 폭락과 재고쌀 문제로 농협 손실이 컸는데 이번에는 배추 문제에 대해서도 농협에 부담을 안기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설 장바구니 물가를 잡는다며 설 성수품으로 배추를 포함시키고 평상시 대비 1.5배 수준으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가들은 지금도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고 산지 폐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많은 물량을 풀어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김영동 해남군절임배추협의회장은 "여름에 잠깐 고랭지 배추값이 오르자 정부가 배추 1600톤을 수입해 김치업체에 공급하는 등 수입 농산물로만 가격을 하락시키려고 해 지금의 배추가격 대폭락을 불러왔다"며 "현재 농민들은 수익은 고사하고 농자재값을 갚지 못해 빚만 쌓인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전국배추생산자협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가격이 폭락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면 시장개입이라서 어렵다는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키는 이런 행위를 맘 놓고 하는 것은 반농민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이를 즉각 철회하고 폐기 등의 긴급 가격안정 대책과 근본적인 수급안정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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