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늘어만 가는 것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과정의 한 지표이기도 하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빈집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밤에 불 꺼진 빈집을 지나가면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농촌 마을의 흉물로 방치된 빈집은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농촌의 빈집에 대한 처리는 이제 더이상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해남군의 용역 의뢰로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농촌지역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빈집이 716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전기나 상수도 사용량을 기준으로 파악한 1913채보다는 훨씬 적은 물량이다. 빈집으로 추정된 1913채에 대한 현장 전수조사에서 844채는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고, 건물이 아예 사라진 곳도 253채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실제 빈집이 줄어든 것이다. 전기나 상수도 사용이 없는 주택의 경우는 집주인이 오랫동안 출타하거나 병원 입원 등에 따른 것이다.

읍면별 빈집을 보면 화원이 107채로 가장 많고 산이 71채, 황산 59채, 화산 54채, 계곡 52채, 문내 51채 등이었다. 해남읍에도 빈집이 23채에 달했다.

군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빈집에 대한 정비와 관리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주민 스스로 빈집을 정비하도록 하고 철거나 매입, 임차 등에 나설 방침이다. 청년이나 귀농어귀촌을 위한 리모델링, 작은학교 빈집 수리 등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대책에도 빈집 소유자가 대부분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순조롭게 진행하는 데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지도 않는 빈집 주인에게 마냥 처리를 맡길 수만은 없다. 보다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이다.

빈집을 무조건 철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농촌 재생 차원에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철거만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마을에는 단 한 채의 집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농촌 빈집 문제는 차제에 마을을 확 바꿀 종합적인 비전과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작업에는 주민자치회나 자치위원회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주민들이 빈집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빈집을 활용해 농촌을 더 나은 환경으로 조성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군 차원에서 빈집 해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으니 좋은 농촌을 만들어가는 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