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해남읍에 있는 국민은행이 곧 목포로 이전한다. 국민은행이 제일 가까이 있어 우리 아파트 주거래 은행이기도 하다. 사실, 가끔 어떤 방문객들은 국민은행이 해남읍에 있는 것만으로도 놀라며 해남을 달리 평가하기도 했다. 2023년 1월 13일 이후에는 국민은행 자리는 곧 다른 상호로 바뀔 거고 해남읍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사라질 것이다.

지난 12월 초 어느 날도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 국민은행 대기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도 직원들은 점포 폐점 후에 대해 설명했으나 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뜩이나 은행 업무를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책이라도 한 권 담아가야 했는데 폐점 예고를 한 이후에는 더욱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은행직원에게 이전의 이유를 묻는 소리를 들었다. 문득 그 답이 궁금했다. 직원은 "돈을 벌지 못해서요"라고 했다.

해마다 4대 시중은행장들이 받는 거액의 성과금이 뉴스거리가 된 지는 오래다. 당기순이익이 몇 조나 되면서 장사가 안 된다고 폐쇄하면 지역민, 특히 고령자를 비롯한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뿐만 아니라 근무하고 있던 은행원들도 다 피해를 볼 수 있다. 상생의 원리가 아니라 이윤 창출이라는 자본의 논리만 앞세우는 은행 측이 야속하고 화가 몽글몽글 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감정이려나.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어가면서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영 효율성 면에서 은행의 점포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은행 점포 폐쇄의 속도도 빨라져 2020년 303곳, 2021년 211곳, 2022년 상반기에만 250곳이라고 한다.

국민은행 해남지점 폐쇄는 해남의 인구가 줄고 해남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0년 겨울부터 계속된 가뭄이 유독 농민들에게 가혹했다. 또 초겨울 이상고온과 연말 이상저온현상이 농업과 어업 종사자가 많은 해남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농어업이 해남군의 재정 자립에 직접적으로는 크게 기여를 하지 않지만 세금을 내는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농민, 어민 소상공인은 바로 자신이거나 우리 이웃이다.

살기 팍팍해지고 고달파질 때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든든한 이웃이 있으면 어떨까? 서로에게 기대어 잠시 쉴 수 있다면 어떨까? 공동체 활성화와 공동체의 자립화를 목표로 하는 전남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2022년 해남은 전남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마을이 참여했다. 12월 마지막 날은 2023년 전남마을공동체 지원사업 공모 마감일이다. 많은 마을도, 공동주택도 공모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공모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2020년 '살아있는 아파트가 나타났다'는 사업명으로 시작해서 올해까지 공동체 활동을 해온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주거래 은행을 바꾸기 위해 통장을 개설한 날, 2023년 공동체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또 모였다. 우리는 같이 있고 가치 있다는 친밀감이 생기게 할 만큼 활동은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있다. 새해에는 더 많은 마을, 공동주택이 참여하면 좋겠다. 그리하여 한 마을 공동체를 넘어 더 넓은 면 공동체, 읍 공동체로 그래서 군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계묘년 새해 새 달력을 걸 때이다. 2022년 한 해를 견디며 열심히 산 해남군민 모두에게, 그리고 필자 스스로에게도 같이 가치 있는 많은 일을 한 군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2022년 한 해 여러분 모두 애쓰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23년 여러분의 이웃과 함께 행복하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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