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임대조건으로 매입에 나서
임차농 생계 잃고 지역소멸 우려

해남군 내 간척농지에서 태양광발전 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농지마저 태양광에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A 회사 등이 고천암 간척지 일원의 해남읍 내사리와 화산면 연곡·율동 등 논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토지소유주와 접촉하고 있다.

A 회사 등은 3000평에 연 180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논을 20년 임대해줄 것을 요구하며 계약서를 작성 중이라고 한다.

해남군에는 현재까지 전기사업 허가신청이 접수되지 않았으며 전남도나 산자부로부터 의견 조회도 들어오지 않아 A 회사 등은 일정 부지를 확보한 후 사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고천암 간척지 내 3000평을 임대해 줄 경우 연 소득이 300만~400만원 정도이며, 쌀값 폭락에 영농비는 증가하다 보니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어도 연 1000만원 소득을 올리기도 어려워 고령농이나 외지에 거주하는 농지 소유자 등을 중심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과 염전에 이어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산림훼손 등 환경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어 염해농지와 간척지 등이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19년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땅에 남은 소금기로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 '염해지'로 분류되면 토지 전용이 금지돼있는 절대농지에도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군내에서는 혈도간척지를 비롯해 예전 솔라시도 부동지구 등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이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고천암 간척농지에서도 A 회사 관계자들이 염해조사를 실시하다 토지 소유주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도 없는 등 사업 날짜도 불명확하고 사업계획도 정확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은 상황이다.

고천암 간척지에서 5만여 평 농사를 짓고 있는 B 씨에게도 계약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B 씨는 "농토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계약하지 않았다"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점차 농사를 짓기 버거워하는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실제 계약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지 소유자가 계약을 맺을 경우 임차농들은 생계를 잃게 돼 마을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 씨는 "농지를 태양광에 빼앗기면 농민들의 삶이 파괴되고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며 "단순한 임대료 비교만이 아닌 농업인일 때와 태양광 임대인이 될 경우 소득을 꼼꼼히 비교해 보면 태양광에 임대해주는 것이 결코 더 큰 소득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에 농지가 사라지면 임차농의 피해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장기적인 식량 안보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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