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오늘날 우리는 출처가 불명확한 먹거리로 하루의 끼니를 채우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 식탁을 차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요즘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 농산물이 정체불명의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농산물의 이력에 대한 표시는 어느 국가에서 생산되어 수입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소비자가 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농업이 단순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다국적기업의 농장에서 식재료가 수 천km를 이동하여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농산물이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생산되어 수입되었는지 모르는 먹거리들로 대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먹거리 체계의 실질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먹거리 유통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의 로컬푸드를 이용하는 일이다. 로컬푸드는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축·수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곳으로서 그 지역의 농부들이 모여 판매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은 생산 이력이 있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생산해 판매되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를 이용하여 농·축·수산물과 공산품을 구입하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로컬푸드 이용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가족의 건강을 지킨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로컬푸드는 최적의 추천 장소이다.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유통과정으로 당일 수확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그 지역에서 자금이 순환하면서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일자리가 창출되고 동시에 지역경제의 선순환 확보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거리가 짧아져 탄소배출과 폐기물이 줄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을 준다.

해남에도 작년부터 로컬푸드 매장이 개장되어 운영되고 있다. 군민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비로소 만들어진 것이다. 소규모 농업을 하는 농부와 귀농 귀촌해서 해남에 적응해 살고 있는 농부들이 생산자 집단으로 참여하여 매일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로컬푸드 매장을 다니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출입문이 뒤쪽에 있어 불편하고 입구 주변을 포함한 주요 동선에서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식재료의 진열 마케팅이 약하다. 농·축·수산물에 대한 해박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대응할 수 있는 직원의 배치가 필요하다.

로컬푸드는 유통과정이 생략되어 중간상에게 가는 이윤을 소비자와 생산자가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에 판매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품가격에 맞추려 하지 말고 농부 스스로 자기의 생산원가에 맞추어 판매가격을 책정해서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산 조직화를 통한 기획생산으로 일정한 양이 판매된다면 안정된 가격으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격의 변동폭이 거의 없이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로컬푸드는 모든 소비자에게 최상의 상품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생산자에게도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보장하는 유통방식이다. 로컬푸드 시스템의 정착은 안전한 먹거리 제공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지속 가능하고 삶의 질 높은 농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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