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북일면 주민자치회장)

 
 

한 해를 보내면서 올해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고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면, 무엇이 떠오를까.

그런 것이나 있었는가 하고 지나갈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하고 지나갈 수도 있다. 유달리 아픈 해가 있는가 하면 즐거운 해가 있다.

올해는 이태원 참사로 15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순식간에 희생된 우울한 해이자 불황이 깊어가는 해이다.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해가 지는 쪽으로 가야 해.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여.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한 해가 바뀌는 연말에 나를 되돌아보면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나는 얼마나 노력했을까 생각해 본다. 결과만 얻으려고 하다가 놓친 것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소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일으켜 세우라.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성공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좋은 일을 하라." (인도 캘커타 테레사 수녀 기념본부 벽 글귀)

좋은 경구는 내가 도달하기에 늘 먼 곳에 있는 듯하지만, 사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는 이보다는 하지 않는 이가 많아서 경구가 된다.

현재 윤석열 정부처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내 마음에 안 들면 조사하여 처벌한다고 협박으로 일관하는 불통 권력처럼 행동하지 않았는지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다.

내가 무슨 깜냥에 거기와 비교하냐 하지만, 내 가정에서 그리고 내 직장에서, 내 마을에서, 심지어는 내가 데리고 있는 반려동물에게 그러하진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재변(災變)이란 까닭 없이 생기지 않고,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災不虛生 由人所召) 그러니 관청의 녹을 받는 자들은 늘 지휘, 고찰을 잘하라."(조선 인조 하교문)

중세시대의 조선 임금도 그러했는데, 현대 문명사회의 대통령과 장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참변이 아니라 사고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나 책임 없어요" 하더니, 이상한 조문소를 만들어서 쇼로 일관하며 며칠 다니다가 말고는. 그 밑의 직을 가진 자들이 무슨 팔이네, 무슨 장사네, 노란 장사 끝나니까 검정 장사한다고 연관도 없는 세월호 참사를 들먹이며 매우 불쾌하게 유족들을 조롱하고 다닌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아예 볼 능력도 의지도 없는 권력자들이 유족들을 조롱하고 막말을 하는 것은 도덕성이 팽개쳐진 삭막한 사회를 만드는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자들에게 기생하는 극렬분자들의 도가 넘는 행위가 사회 전체에 넘쳐나게 된다. 차츰 국가 권력의 일부가 파시즘화 되어갈 징조이다.

이것은 참사 앞에서 저지르는 권력의 폭력이다. 그런 자들이 부르는 또 다른 국가의 재변이나 다름없다.

이래도 되는 건지, 주어진 기간 내에 권력의 시녀나 다름없는 일부 황색 언론들을 등에 업고 개념 없이 날뛰는 모습에서 국가 재변이 계속될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하다.

그럼에도 나는 간다. 좋은 일 하나라도 더 하려고 나는 간다. 다가오는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기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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