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

 
 

한국 고대사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서 편찬한 틀 안에서 그대로 반복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비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39년 해남에서 출생한 역사학자 윤내현은 '고조선의 서쪽 강역과 관련된 한사군의 위치 문제'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 역사학자들이 만든 '고조선 역사'를 신채호, 정인보와 같은 민족사학계의 맥을 이어 학문적으로 비판하며 그 내용을 더욱 세밀하게 발전시켰다.

단국대 박물관장을 지낸 윤내현은 1980년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시절 하버드 옌칭 도서관에서 북한 학자 '리지린'의 저서를 발견하고 고조선사 연구에 뛰어들었다. 주류 고대사학계 내부에서 리지린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심지어 북한을 추종한다는 모멸적 박해도 받았다.

윤내현은 '낙랑군'이 현재 중국 하북성 노룡현을 흐르는 '난하' 주변에 설치되었다는 것을 1차 사료 문헌과 유물과 논리로써 논증했다. 사실 이것은 고대 요동은 오늘날의 요동반도의 요동이 아니라 현재 '난하' 동쪽이 '고대 요동'이었다는 학설로 단재 신채호가 처음 언급했으며, 이후에 위당 정인보가 중국 고대사료를 검증하여 학문적 이론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북한학계는 일찍부터 낙랑군이 현재 북한 평양에 설치되었다는 학설을 전면적으로 철퇴시켰지만 남한은 여전히 일제가 만든 소위 '낙랑군 재평양설'을 신봉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남한에서 신채호, 정인보의 민족사학 학맥을 살려낸 사람은 윤내현이다.

낙랑군이 한반도 평양이 아니라 '난하'가 흐르는 하북성 노룡현 일대에 설치되었다는 것을 학문적 이론으로 최종 정립시킨 윤내현은 현재 남한 강단사학계의 '가야=임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일본서기'는 일본 역사책이므로 왜열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위주로 기록되었을 것이며,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임나·고구려·백제·신라는 왜열도에 있었던 나라로 보아야 할 것이다./일본부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임나는 기비국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일본서기'에 나타나는데, 그곳은 오늘날 오카야마현 지역이다."('한국 열국사 연구' 내용 발췌) 즉, '일본서기'에서 언급되는 국명과 지명들은 일본열도에서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한에서 민족사학의 학맥을 되살린 윤내현의 관점을 따르면 현재 '일본서기'에만 언급된 '침미다례'를 해남이라고 위치비정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지극히 미성숙한 매국적 연구행위라고 볼 수 있다. 현 강단고대역사학계는 해남을 침미다례라고 규정하는 연구행태 학문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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