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들인 문내 고현권역 개인사업 전락
문화센터 기능 벗어나 외국인 숙소로
저온저장고 기금 납부 약속도 안지켜
마을 자율 운영 이유로 군 감독 부실

주민복지 향상과 농촌소득 증대를 목표로 수십억 원을 투입한 문내면 고현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 제 기능을 못 하고 개인사업으로 전락하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해남군은 농림식품부 공모사업을 통해 2012~2016년까지 43억원(국비 30억1000만원, 군비 12억9000만원)을 들여 폐교(문내 영명중학교)를 활용해 고현문화복지센터와 농산물 저온저장고를 짓고 마을 홍보와 체험, 관광객 유치, 지역특산물 소득화 등을 추진해왔다.

농어촌공사 해남·완도지사가 공사 등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했고 고현문화복지센터는 마을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그리고 농산물 저온저장고는 사업비의 20%를 자부담한 고현권역영농조합법인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시행된 지 7년이 돼가고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건물만 남은 애물단지가 된데다 운영을 놓고 주민 갈등만 불러오고 있다.

고현문화복지센터의 경우 곳곳에 플라스틱과 캔, 술병 등 온갖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고 고현권역 각 마을의 사랑방과 체험시설로 활용해야 할 5개 공간은 현재 외국인근로자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다목적강당도 문이 닫힌 채로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 운동장에는 각종 자재가 쌓여 있는 등 문화복지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운영위원회 사무장이 외국인근로자 숙소를 운영하면서 방마다 한 달에 45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지만 자신 아내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돈이 오가고 있고 제대로 통장정리가 되지 않은 채 손으로 기록한 금전출납부만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결산이나 감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전출납부에는 1700만원의 잔액이 남아 있지만 사무장은 자신의 아내가 숙소나 공용시설을 청소, 관리하며 매달 50만원씩 받기로 한 비용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아내 것이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상 개인사업으로 전락했다.

사무장 A 씨는 "사업 초기 향우 행사나 동창회를 유치하며 운영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전기료 등 관리비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해 외국인 숙소로 바꾼 것이다"며 "모두 관심 없고 방치할 때 나서서 일을 한 것이며 결산은 코로나 여파로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전체 사업비 중 10억원이 투입된 농산물 저온저장고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해남군과 협약서에는 영농조합법인이 저온저장고 건립과 관련해 지원받은 보조금의 2%를 매년 마을기금으로 납부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저온저장고는 이렇다 할 실적도 없고 영농조합법인 대표의 배추를 저장하는 개인창고로 이용되고 있다.

해당 법인 대표는 "저온저장고 설계부터 잘못돼서 온도 조절을 제대로 못해 효능이 떨어져 수익 자체가 나지 않아 마을기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수십억 원이 들어간 사업이 문화복지나 주민소득 창출은 둘째치고 개인사업으로 전락했는데도 해남군은 방관만 하고 있다. 군에서 시설비만 지원하고 운영과 관련해 보조금 지원이 없어 마을 위탁운영과 자율운영을 이유로 정산이나 감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설운영관리 협약서가 있지만 내용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특히 고현권역을 포함해 해남에는 땅끝 대둔권역과 계곡 비슬권역 등 권역별 사업이 5곳에서 마무리됐고 총사업비만 200억원을 넘고 있지만 대부분 시설만 지어놓고 애물단지가 되고 있어 이번 기회에 철저한 관리감독과 구체적인 운영지침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고현권역의 경우 최근 현장 점검 후 문제점이 발견돼 다음달 중으로 주민들을 상대로 결산을 하도록 했으며, 5개 사업이 제대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의뢰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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