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무름병·꿀통 등 피해
중간상인 감량 요구에 수확 포기
가격도 작년보다 30% 이상 낮아

▲ 화원의 배추밭에서 수확작업을 하고 있는 김현철 씨가 속이 빈 '공갈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 화원의 배추밭에서 수확작업을 하고 있는 김현철 씨가 속이 빈 '공갈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문내면에서 가을배추 농사를 하는 A 씨 부부. 최근 배추 수확의 기쁨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근심만 가득하다.

지난 9월 초 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태풍 3개가 잇따라 영향을 미친데다 가뭄과 이상고온 여파로 배추 안에 새끼 배추가 달리는 피해는 물론이고 배추 속이 썪어버린 꿀통피해까지 발생했다.

배추상인과 7800평 계약재배를 했지만 상당수 배추에서 이런 피해가 발생하다 보니 상인이 수확 감량을 요구해 6000평에서만 수확이 이뤄졌다. 나머지 1800평은 수확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배추가 버려진 신세가 됐다.

A 씨 부부는 "100평에 65만원을 받기로 계약재배를 했는데 병충해로 수확이 줄다 보니 결국 1200만원을 손해 보게 됐다"며 "특히 버려진 배추를 처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일일이 비닐과 배추를 제거하고 로터리를 다시 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당수 농가는 중간상인이 원하는 대로 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춧값이 오르면 중간상인이 이익을 보고, 병충해가 발생하면 수확 감량 요구로 피해 상당 부분은 농가에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화원면 김현철 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계약재배 대신 본인이 직접 1000평에서 배추를 수확해 절임배추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수확량이 절반도 안 될 처지이다. 배추가 물러지는 무름병과 꿀통피해는 물론이고 꽉 차야 할 배춧속이 비어있는 이른바 '공갈배추'도 많아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철 씨는 "인건비를 15만원씩 주고 잠깐 수확을 해봤는데 절임배추용이라 일일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서 수확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작업이 안 되고, 힘들다며 선별작업을 하려는 인부도 없이 지금은 혼자서 수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가을배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지만 기대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장범위가 태풍 등 자연재해와 조류에 인한 피해, 화재 피해로만 국한돼 있고 병충해 보상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 피해 등도 명확한 규정이 없고 눈으로만 대충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수확할 때 피해가 확인되어도 추가 보상이 어려운 현실이다.

또 올해 처음 사업이 추진됐고 그동안 별다른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적이 없어 상당수 농가가 아예 재해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내에서만 43건, 화원에서는 97건으로 확인돼 전체 가을배추 농가의 10%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확이 본격화되면서 문내와 화원지역 상당수 농가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고 수확을 하지 않은 채 버려진 배추들이 널려 있는 상황이지만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병충해 피해 속에서도 올해 가을배추는 과잉생산 여파가 겹쳐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름 한때 한 포기에 1만원을 웃돌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배추(1포기) 소매가격은 2981원까지 떨어져 1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30% 이상 폭락했다.

또 가락동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절임배추 가격은 23일 기준으로 20kg들이 한 박스에 2만5000~3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치소비 부진과 실제 김장을 담는 가정이 줄면서 1년 전과 비교해 1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군 직영쇼핑몰인 해남미소에서는 택배비를 제외하고 3만2000~3만4000원, 일반농가는 3만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래가 부진하고 판매가격 하락도 지속되고 있어 농가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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