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00m 운망산에 100마리 추산
3~4개 무리 지어 다니며 산 황폐화

▲ 10마리가 넘는 야생 흑염소들이 어불도 운망산 중턱의 바위 위에서 뛰어놀고 있다.
▲ 10마리가 넘는 야생 흑염소들이 어불도 운망산 중턱의 바위 위에서 뛰어놀고 있다.

섬 모양이 부처를 닮았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한 송지면의 유일한 유인도인 어불도(於佛島). 이곳의 해발 300m 정도 운망산에 야생염소가 무리 지어 서식하면서 섬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운망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3~4개 무리의 흑염소가 20~30마리씩 떼지어 다니고 있다. 주민들은 야생염소가 100마리 가까운 것으로 추산한다. 염소들은 산 곳곳을 무리 지어 다니며 풀과 나뭇잎, 어린나무의 순과 껍질, 약초 뿌리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있다. 이 때문에 산의 식물종이 파괴되는 등 갈수록 황폐화되고, 등산로를 비롯한 곳곳에 널브러진 염소 똥으로 여름철에는 심한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이들 야생염소가 10여 년 전 민가에서 키우던 흑염소가 탈출해 해를 거듭할수록 개체 수가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염소는 1~2마리의 새끼를 한 해 두 차례 정도 낳아 번식력도 좋다.

그렇지만 산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야생염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운망산의 경사가 심하고 서쪽은 바위로 형성되어 사람들의 접근이 힘들다. 이런 지형에서 바위를 뛸 듯이 다니는 염소들을 포획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주민들은 더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면사무소에 처치하는 방안을 호소하고 나섰다.

어불마을 김석열(62) 이장은 "주민들 생업이 전복·김 양식으로 밭농사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산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고 개체 수가 더 늘어나면 농작물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부터 야생염소가 문제로 부각돼 잡으려는 시도를 했지만 한두 마리도 아니고 100마리 가깝게 늘어난 개체 수를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고 했다.

박지호(80) 전 이장은 "등산을 하다 보면 30~40마리가 떼지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산림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고충을 들은 공무원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1일 운망산 현장을 찾았다.

김성현 축산사업소장은 "야생염소는 가축에 적용되는 축산법이나 개만 포함된 동물보호법으로 처리할 수 없고 유해조수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일단 잃어버린 가축으로 보고 유실물법을 적용해 6개월 정도 공고를 내 원래 주인을 찾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야생염소를 마을이나 마을 이장으로 귀속해 정식 포획에 나서야 한다는 것.

마을에서도 여러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김석열 이장은 "다음 달 중 주민 회의를 갖고 야생염소 처리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회의 결과를 토대로 행정기관이나 경찰에 처치 방안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불도는 어란항에서 배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20만평(0.66㎢) 규모의 송지면에서 가장 큰 섬이다. 현재 98가구에 233명의 주민이 생활하며 이 중 절반 가까운 45가구가 김·전복 양식을 하고, 외국인 근로자도 100명 정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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