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해남읍에 1000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 한다. 이런 규모의 아파트가 신축되면 3000명 정도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면 단위 지역소멸과 파괴를 부를 수 있는 실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현재 해남군 인구 중 읍 지역에 약 40%가 살고 있는데도 면 지역에서 읍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잖아도 면의 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읍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다는 것은 지역소멸과 읍 팽창으로 이어져 결국은 해남군은 기형으로 이어질 것이다.

해남군의 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10월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1400여 명이 줄었다. 앞으로는 더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1년에 1개의 면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면 지역 인구 감소를 방관한 채 읍 지역 인구 유인책을 확대하는 것은 실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젊은 층 이동이 많은 현실을 본다면 면 지역의 소멸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현재도 해남읍은 '해남의 작은 서울'이다. 행정과 문화시설이 집중되어 해남 내에서 지역 차별과 나아가 '지역 갑질'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10년이면 해남읍만 남을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말이다.

이런 우려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읍 지역의 주택 공급을 더 이상 늘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면 지역으로 분산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젊은 층이 살고 싶어 할 양질의 주택을 짓고,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자립 터전을 마련함으로써 읍 지역의 인구를 분산하고 나아가 귀농 귀촌 유입정책으로 지역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로 읍에 집중된 문화시설과 상업 관련 시설들이 면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는 지원과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역에 정착하고 싶어도 재미가 없다는 소리가 많다. 최근들어 그나마 소수의 젊은 층이 자생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어려운 생활 속에서 작은 행사 하나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변에 활용할 문화 공간이 있고, 지원이 가미된다면 시골살이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셋째로 해남군 유관시설과 행정조직을 과감히 면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시설과 조직들이 행정 편의 차원에서 집중된 측면이 없지 않다. 행정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몇 개의 부서만 남기고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은 어떤가? 의회와 군청이 꼭 같은 공간에 있어야만 하는가? 읍 지역에 있는 시설들을 가능하면 면으로 이전한다고 기능을 못 하는가? 행정이 불편하면 공무원들이 더 열심히 뛰어다닐 것이고, 군수도 끊임없이 지역을 순회하게 될 것이다. 비로소 더 열심히 일하는 행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넷째로 면 지역 생활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예산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면 지역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복지를 대폭 확대하고, 그들이 희망하는 사업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살고 싶은 시골로 만들어 간다면 굳이 읍 지역이나 도시로만 향하겠는가?

이런 틀 위에 환경기업 같은 지역 친화성 기업을 유치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농촌 살아보기 같은 프로젝트 사업을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해남에 작은 서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해남만의 특성을 찾고 해남 곳곳을 살맛 나는 고장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면 지역 활성화가 필요하다.

행정이여, 살피시라.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문하고 싶은 것은 지역과 지역민과 행정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민이 주도하고 행정은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과 지역민이 갑이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해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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