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섭(해남군농민회 정책실장)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개발정보를 이용한 '농지투기'가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농지투기를 방지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른바 농지 3법, 즉 '농지법', '농어업경영체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농지법이 올해 8월 1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전국의 읍·면·동에는 농지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농지위원회 심의제도는 2002년 4월 폐지된 농지관리위원회 2인 확인제가 2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과거 읍·면장 등 2인만 확인해주면 됐던 것에서 이제는 지역의 농민·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가 심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정부는 농지의 소유와 이용 실태를 파악해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기 위해 1973년부터 농지원부를 작성하고 비치해왔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농지원부는 농지대장으로 이름이 바뀌고 농지원부는 49년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농지 소유자나 임차인은 농지법에 따른 농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변경·해제하거나 농지에 농막·축사·고정식 온실·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시설을 설치할 때 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농지 소재지 관할 행정청을 방문해 농지대장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다만, 법 시행 전인 2022년 8월 18일 이전에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나 설치한 시설은 변경 신청 대상이 아니다. 농지대장 변경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변경 신청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청한 것이 확인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장치로 거듭났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대도시지역에서 농업경영체 등록신청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 현장에서 바라보는 생각은 농식품부의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농민들은 투기 농지몰수와 농지법 전면 개정을 외쳐왔고, 지난 7월 30일에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세종 농식품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1996년 농지법이 시행된 이후 수없이 많은 법 개정을 했었다. 농지를 농민이 아닌 사람도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도록 개정된 것이다.

정부의 농지법 개혁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을 포함한 수많은 공직자와 권력층, 이른바 기득권자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농민이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만들라고 하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법으로 개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농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데에는 투기 목적도 있지만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게 되면 농민수당, 공익형 직접지불금, 의료보험료 50% 지원, 농어촌 자녀학자금 지원 등 농민들에게 주어지는 국가의 예산을 노리고 농지를 소유하려는 비농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농지투기꾼들은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매차익을 노리고 허술한 법을 이용한다.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농지투기는 진행 중이다.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농지법 제3조 2항에는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헌법 정신과 농지법상에 명시된 농지의 이념에 따라 농지를 관리하지 않는 것은 공무 태만이다. 농지법에 여러 가지 단서 조항을 달아 비농민도 농지를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경자유전을 천명한 헌법을 농단한 것이다.

따라서 현행농지법은 헌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농지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개나 줘야 할 쓰레기법이다. 고로 농지법을 이렇게 만들고 그 법을 이용해 배 불리는 자들은 멍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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