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류광민·이숙경 씨 부부 제안에 주민 화답
불법 소각 때마다 달려가 설득하고 분리 작업
자원순환센터 이용하고 종량제봉투 사용 정착

▲ 류광민·이숙경 씨 부부.
▲ 류광민·이숙경 씨 부부.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의 작은 마을인 현산면 분토마을에는 자원순환센터가 있다. 종이박스부터 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이 잘 분리돼 품목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각 가정에서는 재활용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는 반드시 종량제(쓰레기) 봉투에 담아 정해진 장소에 배출한다. 일상의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불법 쓰레기 소각이 일상화된 농촌마을로서는 큰 변화다.

분토마을의 이런 변화는 3년 전 귀촌한 류광민(58)·이숙경(58) 씨 부부로부터 시작됐다. 이들 부부는 주민들이 알지 못해 그동안 실천하지 못했던 쓰레기 문제를 마을의 의제로 뽑아냈고 교육을 통해 인식을 변화시켰다.

▲ 현산면 분토마을에는 주민들이 만든 자원순환센터가 있다.
▲ 현산면 분토마을에는 주민들이 만든 자원순환센터가 있다.

류광민 씨는 "그동안 불법 소각이 이뤄졌던 것은 쓰레기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과 필요성 등에 대한 교육이 없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실천하지 못했던 사회구조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꾸준히 관심 갖고 교육을 하고 점검을 하면 우리 마을이 변화했듯이, 현산면이, 해남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마을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20년 초 정착할 집터를 다지면서 주변이나 땅속에 너무 많은 생활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다. 캠핑카를 타고 1년여 간의 세계 일주(2018년 8월~2019년 8월)를 떠나기 전 지인이 사는 분토마을에 잠시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집터를 발견해 세계일주를 마친 후 곧바로 분토마을로 내려온 부부는 깨끗한 시골마을을 생각했었는데 정작 방대한 쓰레기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또한 마을정자 옆이 분리수거함 등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장소였는데 사방이 트여있어 바람이 불면 쓰레기들이 마을 길과 논밭으로 날아가기 일쑤였다.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던 부부는 2020년 말 처음으로 초대된 마을총회에서 쓰레기 배출장소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외지인이 너무 나선다는 이야기를 들을 각오로 던진 말이었지만 주민들 모두 공감하며 흔쾌히 찬성했다고 한다.

마침 해남군이 2021년부터 으뜸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라 이 사업을 통해 쓰레기의 올바른 분리배출 문제도 풀어나가기로 했다. 마을회관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함을 설치해 그동안 주민들에겐 익숙하지 않던 종량제 봉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불법 소각 장소로 사용되던 곳은 화단으로 정비했다. 분리수거함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마을회관 옆으로 옮겼으며 군에서 실시 중인 재활용품 포인트 교환사업에도 참여해 적립된 포인트로 마을회관 종량제 봉투를 구입했다. 불법 쓰레기 소각 현장을 목격하면 달려가 설득하고 같이 재활용품을 분리해줬다.

이숙경 씨는 "이전에는 종량제 봉투가 없는 집이 많았는데 지금은 젖은 비닐도 손수 다 말려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고 있다"며 "최근 마을의 한 어르신이 농자재 등을 정리하면서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수십만원의 비용을 내면서 정상적으로 처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분토마을은 마을 주변에 방치된 쓰레기도 으뜸마을 사업과 연계해 올해 30톤 가량 수거했다. 하지만 아직도 방치 쓰레기가 많은 실정이라고 한다.

이들 부부는 도시와 시골, 읍과 면 지역 간 환경적 차이를 감안한 재활용품 수거 정책도 제안했다. 읍에는 종이박스 등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보니 행정에서 종이박스를 수거해가지 않거나 재활용품 포인트 교환사업에서 제외시키는 정책이 적합하지만 시골마을은 행정에서 종이박스를 수거해가지 않으면 계속해 쌓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업무협약 등을 통해 품목별로 재활용품 수거 단체를 지정·운영함으로써 환경미화원들은 종량제 봉투만 수집하는 등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복잡한 쓰레기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환경미화원들이 환경관리사가 돼 마을별로 교육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류광민 씨는 "마을별로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교육하는 데 아직까지 행정의 관심이 못 미치는 것 같다"며 "마을에서부터 쓰레기가 문제라는 인식이 전환될 필요가 있는 만큼 현 실태에 대한 마을별 조사를 통해 현실을 인지하고 농촌 지역에 맞는 쓰레기 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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