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남의 젊은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면 발만 동동 구른다. 저녁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해남에는 야간진료를 하는 소아과가 없기 때문이다.

해남에는 우석병원(올해 1월 폐원)이 운영하던 소아과 야간진료가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10월 중단되면서 한동안 야간진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다행히 해남종합병원이 우석병원에서 근무하던 소아과 전문의를 '수혈'해 올해 1월부터 야간진료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기존에 근무하던 전문의 1명이 지난 9월 병원을 떠나자 해남에는 또다시 소아과 야간진료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해남종합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에 전문의 2명이 주간(오전 9시~오후 5시)과 야간(오후 5~9시)의 진료를 격주로 번갈아 맡아왔다. 하지만 전문의 1명이 떠나면서 야간진료를 이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소아과 야간진료에는 하루 30~40명이 이용해 호응이 아주 높았다. 요즘 아이를 둔 부모는 대부분 맞벌이이다. 이 때문에 일과가 끝난 후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 부모들은 밤에 아이가 아프면 목포나 심지어 광주까지 원정진료를 해야 한다.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하면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해남종합병원이나 해남군청에는 "왜 야간진료를 하지 않느냐"며 항의성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병원 측에만 야간진료 공백의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소아과 야간진료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1명과 간호사 2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5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병원의 입장에서 연간 3억원 가까운 적자를 감당하기엔 벅차다. 해남종합병원의 경우 분만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운영에도 연간 수억 원의 출혈을 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의료를 시장 원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출산율 저하로 인구 절벽에 처한 해남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를 방치하면 '아이 낳기 좋은 해남'이란 구호도 말잔치에 그칠 뿐이다.

인근 완도의 경우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에서 간호사, 응급실, 소아과, 산부인과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해남군과 해남종합병원이 머리를 맞대 소아과 야간진료 재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위기를 처방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간절한 호소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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