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북일면 주민자치회장)

 
 

북일초가 오늘(11월 11일)로 개교한지 100년을 맞는다. 개교 100년을 앞두고 폐교될 위기에서 벗어나 전국 최고의 관심을 받는 학교가 되었다. 북일초 동문들은 모두가 으쓱으쓱 어깨를 흔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시골 학교가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학교가 되었다. 이제는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계속 전학 문의가 오는 지역이 되었다. 빈집이 모자라서 더 이상 그 많은 문의를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달부터 매주 한두차례 선진지 견학 방문을 받느라 주민자치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기저기서 자매결연을 맺자는 요청이 들어오고, 자료 요청이 들어오고, 언론 인터뷰가 들어오고. 이제는 일상화되다시피 한 방문팀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늘 짧기만 하다. 진정성이 의심될 만큼 건성건성 듣는둥마는둥 하다가 가는 방문팀이 있는 반면, 설명 하나라도 놓칠까 봐 가득히 메모하고 질문하는 방문팀도 있다.

북일면에서 이루어진 사례를 다른 유형들과 비교하면 다음의 5가지 정도로 구성원들을 요약해 볼 수가 있다. △민관학을 토대로 주민자치회 주도(해남 북일면) △학교와 소수 민간 주도(함양군 서하초) △학교장 주도(남해군 고현초, 도마초) △학부모 주도(진주시 지수초·시도 중 통폐합) △관과 주민 주도(강진 작천면·현재 시도 중)

이러한 사례 중에서 안타까운 것은 관과 학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학교 살리기임에도 예산 지원의 핵심인 행정분야의 관이 빠진 경우가 많고, 관이 있으면 젊은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의 핵심인 학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관과 학이 같이 움직여도 힘든 판에 따로 움직인다면 일은 배로 힘들 것이 뻔하다.

뭐니뭐니 해도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힘있게 추진하고 주관의 주체가 된 곳이라야 책임성과 지속성이 담보된다. 학이나 관이 주도할 경우, 그 주도 인물이 사업 중간에 다른 임지나 부서로 발령되는 경우 사업의 계속성이 흔들린다. 바로 이것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작은학교 살리기의 사례와 북일면 사례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점이다.

주민자치회, 참으로 중요한 기구이다. 더욱 활성화하고 사업의 깊이가 더해져야 하지만, 아직도 그 개념조차 어설프게 알고 대하는 관과 학의 조직들이 많다. 무슨 동호회쯤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지역 내 모든 현안을 면사무소가 움직이고 이장단이 받아주는 형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직도 군청의 결정으로 지역의 모든 현안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좀처럼 잘 개선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성공사례를 배우고자 오시는 분들에게 늘 마지막으로 해주는 말이 있다. "언제인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정성껏 열심히 하자.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

"잘되면 도와줄게.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는 말. 이런 비겁하고 허접한 말장난으로는 자치회 일도, 학교살리기도 할 수 없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 학교 살리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단순한 학생 숫자 증가가 아닌 진정한 지역살리기로 백 년 계획을 짜보는 일,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흥미로운 일이고, 누군가 정성껏 일을 추진한다면 성공할 일이다.

북일면의 기적이 해남 전체로,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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