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벼 논 수확이 한창이다. 뭣을 해도 어설픈 귀농인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농사일을 따라 하기만 해도 파종과 수확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들의 식량을 위해 심은 손바닥만한 벼 논의 나락도 남 못지않게 일찍 수확할 수 있었다. 수확을 끝낸 논바닥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나락을 일찍 수확했다. 지금은 콤바인이라는 기계가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벼가 여물기 시작할 때부터 수확기에 맞춰 벼 논을 바짝 말린다. 몇 해 전에 첫 벼농사를 시작하면서 벼 논을 말리지 않아 어렵게 구한 콤바인작업자에게 핀잔을 들었다. 허우적대는 대형 콤바인과 작업자의 눈총을 받았다. 올해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잘 말렸다.

어린 시절에는 덜 마른 벼를 베어 논둑에 볏단을 쌓아 벼늘을 만든다. 벼늘은 볏가리의 전라도 사투리다. 며칠째 놔두어 적당히 말라 가벼워지면 다른 논의 벼까지 합쳐 품앗이나 놉으로 구한 지게꾼들이 히말라야 등반대의 카라반 행렬처럼 집마당으로 모아 탈곡기로 탈곡을 한다. 그때까지도 벼 논은 질퍽하다. 추수를 끝내고 한가해지면 삽과 양동이를 들고 가을 물고기라는 미꾸라지를 잡으러 간다.

이 미꾸라지가 갑자기 삼성 이병철 회장, 메기론, 미국의 경제학자 토인비까지 소환한다. 이병철 회장이 경남 의령에서 농사를 지을 때 자신의 벼 논 절반에 미꾸라지를 키우면서 소득을 계산했다고 한다. 다음 해에는 이 미꾸라지 논에 메기를 넣어 소득을 증대했다는 것이다. 메기가 미꾸라지를 잡아먹었는데도 더 많은 미꾸라지와 메기를 수확했다는 것이다. 생태계는 어려움과 고통과 위험이 닥쳐오면 긴장해 오히려 더 활발히 움직이고 생존본능이 강해져 더 많이 번식하고 훨씬 더 강인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삼성 경영에 도입했고 재벌총수의 '메기론'과 '메기효과'는 사실관계와 역효과를 떠나 회자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직원들이 받을 스트레스는 천적 메기의 먹이활동에 받을 미꾸라지의 목숨을 건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조직 내에 적절한 자극제가 있어야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인재를 외부에서 스카우트해 내부 조직원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자의 약자 억압을 합리화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판도 '메기론'이 가끔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독주에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의 '메기론'이 그 예다. 보수세력에서는 국민의힘 '윤핵관'의 발호에 이준석 메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근 동강으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과 충북 괴산이 절임배추 마케팅에 혈안이다. 매스컴을 통해서 절임배추의 본고장인 해남을 위협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먹힌다는 것이다. 고구마도 나주, 영암 등지에서 한 농가가 수십만 평을 재배하면서 가격경쟁에서 해남이 긴장해야 할 처지다. 겨울배추와 고구마는 해남이 농산물 지리적표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SWOT분석을 통해 전략을 점검해야 할 시기인 듯하다. 기업체에도 그렇듯이 공직사회도 '메기'를 풀어 넣듯 외부 전문가 영입을 형식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미꾸라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메기가 왕따 당해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임기만 채우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준석의 '양두구육'처럼 우리가 미꾸라지냐는 곡해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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