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해남제일중 교장)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교육열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들이 못 먹고 못 배운 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자녀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다. 면 소재지가 아닌 작은마을까지도 학교를 세워 자녀들을 인재로 키워냈다. 교육입국(敎育立國)의 기치 아래 교육에 힘쓴 결과 교육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2023년은 우리나라 교육사에 역설적으로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다. 그토록 힘들었던 IMF나 국제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교사 정원 감축이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자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와 공공부문 긴축을 이유로 교사 2982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학생 수가 적은 전남은 초등교사 50명, 중등교사 275명을 줄이게 된다.

교사 정원 감축은 오직 경제 논리일 뿐 교육에 대한 고려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수업이 학급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데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사를 배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게다가 지금 학교 현장은 기초학력 향상,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미래교육 수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등으로 증원요인이 많은데 오히려 감축이라니 교육을 포기한다는 것인가?

그간 교육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 학생, 학부모, 동창회, 지역민의 반발로 좌초되자 정원 감축으로 소규모학교를 자연 폐사시키자는 의도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해남 소재 공립 중·고등학교의 경우 읍내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에서 각각 1명씩 모두 9명의 교사가 빠지게 되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모든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과를 두고,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기술·가정, 체육, 음악, 미술 및 외국어와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교과'를 둔다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학교에는 최소 10명의 교과교사가 있어야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것이다.

면 소재 중학교는 대부분이 3학급인데 현재도 고작 8명의 교과교사가 배정되어 있어 최소 2교과는 다른 학교 교사가 1주일에 하루나 이틀쯤 방문해서 가르치고 가는 겸임 순회 지도를 하고 있다. 이를 7명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학교마다 겸임 순회 교과는 많아지고 교사의 경우 겸임 순회 학교 수도 많아지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된다.

수업은 가르치는 기술 이전에 사제 간 정서적인 교감이 우선되어야 학습의 효과가 크다. 우리 학교 선생님과 다른 학교 선생님이 교감의 폭이 같을 수가 없고, 1주일 내내 만나는 선생님과 겨우 하루 이틀 만나는 선생님이 접점의 양이 같을 리가 없다. 배워서 아는 것보다 물어서 아는 것이 더 많고 크기 때문에 질문은 학생에게 가장 적극적인 학습 전략이다. 질문을 하자고 해도 수업 끝나고 떠나면 물을 대상이 없다. 우리 학교 선생님이라고 해도 겸임 순회 교사라면 이틀 정도만 근무하게 되니 이 역시 상시학습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학습 기회의 박탈이고 학습권 침해이다.

공교육의 핵심 가치는 기회균등이다. 교사 감축은 기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학습권을 침해해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학생 누구나 고른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 교사 감축은 철회되어야 한다. 학교 현실에 맞게 학급수를 기준으로 교사 정원을 배정하고 시나 읍의 30명을 넘나드는 과밀학급 문제도 해소되어야 한다. 교육은 교육의 안목에서 접근해야 본질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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