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창간 76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획기사 중 '기렉시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기렉시트는 기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기레기'와 출구를 뜻하는 '엑시트'의 합성어로, 기자들의 전직을 뜻한다.

경향신문은 그 원인을 언론사가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에 실패했고,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첫 번째로 지적했다. 두 번째로 언론이 고소·고발 당사자가 된 상황을 되짚었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에 따른 MBC 검찰 고발, 국회의원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기자에 대한 법적 대응 예고 등 최근 언론사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전남기자협회가 낸 '그 많던 동료들 어디로 갔을까'란 기획기사도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5년간 광주·전남의 18개 기자협회 회원사에서 92명의 젊은 기자들이 퇴직했다고 한다. 기자로서 명예와 사명감으로 버텼던 선배 세대와 달리 더는 직업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요즘 세대의 과감한 선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범위를 넓혀보자. 이게 언론사에 국한된 일일까? 이달 초 '트렌드 코리아 2023' 출간 간담회에서 내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로 '조용한 사직'이 꼽혔다. 조용한 사직이란 실제 퇴사를 하지 않지만, 마음은 일터에서 떠나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쉽게 말해 회사를 위해 인생을 바치기보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식이다.

물론 요즘 신입 직원들은 MZ세대라는 말로 자기 행동에 면죄부를 만들어 부담스럽다는 기성세대의 입장도 있다. 알지만 껄끄러운 불협화음이다.

출근길 한 라디오 광고가 쓴웃음을 짓게 한다. "김대리 무슨 생각해? 퇴근 생각요. 팀장님은 무슨 생각하세요? 퇴사 생각. 띵똥!(월급 입금 문자 소리) 우리 열심히 일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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