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도 해남은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추세이다. 먹거리의 대명사인 발효식품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 등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명소로 거듭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해남은 우리나라에서도 고온 다습하고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청정지역으로 도시에서 이주하여 살기 좋은 터전으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는 고장이다. 해남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미남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4회째 열릴 예정으로 대흥사의 두륜산 도립공원에서 매년 농수산물 수확시기에 맞춰 개최하는 음식 축제이다. 미남축제에 참여하는 군민과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발효식품관은 관광객에게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쉽게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막걸리다. 다행히 해남에는 옥천송우종막걸리, 해창막걸리, 삼산막걸리, 현산막걸리 등의 명품 막걸리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올해 미남축제에서는 이들 막걸리를 한자리에 모아 관광객들이 막걸리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막걸리를 만드는 재료 중에서 으뜸인 전통누룩을 만드는 과정도 함께 체험하게 한다면 해남의 막걸리를 알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효식품 생산지로서의 해남의 입지도 보다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간장, 된장, 막걸리 그리고 김치이다. 발효식품 체험에서 큰 규모의 행사로는 김치 담그는 체험이 있는데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부스 중 하나이다. 행사장 크기도 막걸리관 못지않게 넓게 하여 관광객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절임배추의 본고장을 넘어 발효식품까지 해남을 알리는데 훌륭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김치체험 행사에서는 건강을 지키는 김치를 어떻게 담가야 맛있는가에 대한 기본지식을 알려주고 김치를 담는 순서를 체험으로 습득하게 한다. 대부분 사람은 발효식품을 만들려면 어떤 비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시작을 무척 어려워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발효식품은 철저한 화학적 살균이나 정확한 온도관리 또는 통제된 배양 과정 등의 전문지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발효는 존재해왔으며 조상들이 몸으로 터득해온 것들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실행하고 익혀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다. 김치는 한식의 기본으로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재래간장, 발효효소의 대명사인 재래된장 그리고 초항아리에서 발효되어 음식의 신맛을 더해주는 식초와 함께 전통적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최고의 식품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김치를 담기 위한 재료 준비와 복잡한 절차 때문에 가정에서 담가먹는 김치보다는 비닐에 포장되어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각종 브랜드 김치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브랜드 김치의 경우 한 달 이상이 지나면 시어져 맛이 떨어지는데 그에 반해 집에서 담근 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집에서 담가먹는 김치는 보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버무리기 때문에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춘 천연발효식품이 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양념의 품질과 젓갈의 숙성도에 따라 매년 맛이 달라 정확한 레시피를 만들어내기가 어렵지만 김치체험장에서는 옛날 어머니가 담는 방법으로 체험하게 하여 그 시절 김치맛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발효식품의 체험과 판매를 통해 해남을 대표하는 명품 막걸리와 김치가 꾸준히 전국으로 퍼지면서 해남에서 먹거리의 인기와 방문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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