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호(삼산면주민자치회장)

 
 

"자네 혹시 늙어봤나?" 걸핏하면 나이 든 어른을 공박하고 무시하는 한 젊은이에게 노인이 묻는 말이다. 노인에게는 그 청년이 무척이나 한심하고 철없어 보였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늙음에 둔감한 듯하다. 아니 늙는다는 건 알고 있으면서도 무심한 삶 속에서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게 맞을 거다. 필자 물정으로는 나이 70쯤 되고서야 비로소 깨닫고, 후회스러웠던 것 같다.

노인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는다. 누구는 소년은 꿈꾸고 청년은 싸우며(경쟁하며) 노년은 후회한다 했지만, 무엇보다 쌓인 경험만큼 소중한 건 없을 것이다. 노인은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참견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노인은 신체 노화에 따른 기동력 둔화를 빼고는 모두가 자기 경험 때문에 그렇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듯, 조그만 실수로도 망치지 않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후대한테 그 후회의 경험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혹자는 그 경험조차 시대에 뒤진 거라 치부하기도 하지만, 사실 2세를 키우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모두 그 경험의 전달이지 않은가. 또한 이들이야말로 해방 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이 나라 산업화의 주역들이다.

사회학자들은 노, 장, 청의 조화로운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규정한다. 사실 사회구조에서 꿈. 패기. 경험(지혜) 조합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 문제는 생각과 실천의 다름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청년은 청년다워야 하고 노인 또한 노인다워야 함은 물론이다. 늙은 청년, 젊은 노인이라는 말처럼 우리 주변에는 청년다움이 없는 속 빈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위세만 부리는 뒤처진 노인도 있다. 또 늙었지만 깊은 학식과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시대를 이끄는 노년들도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렇고, 시대의 석학 김형석 교수 같은 분이 그러한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누가 이들을 두고 노자 무용론(老子 無用論)을 말하겠는가. 한편으로 요즘은 소위 '사오정'은 고사하고 60세 정년도 한참 때이다.

매년 10월 1일은 유엔이 정한 노인의 날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10월 2일로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매년 10월은 경로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노인들은 행복한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엔 노인들을 홀대하는 사회풍조가 자리하고 있다. 부연하면 풍요와 인권의 시대, 어쩌면 물질도 아니고 제도도 아닌 사회정서와 분위기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도 사회도 지나치게 젊은 패기만을 내세우고 있다. 한 예로 여당인 국민의힘의 전 대표는 30대이지 않는가. 하지만 패기는 경륜을 뛰어넘지 못한다.

노령인구 20% 시대! 무릇 위정자들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해 볼 일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노, 장, 청이 어우러진 건강한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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