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축제를 취재하던 중 유난히 따사로운 가을볕을 피할 겸 우수영관광지내 판옥선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한 무리 외국인들도 이순신 장군상을 본 후 볕을 피하려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외국인들은 명량대첩축제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독일, 영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로 그중 독일 학생의 한마디가 머리를 울렸다.

"Soulless." 의미는 '삭막하다,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란 말로 요즘 유행처럼 말하는 '소울(Soul)'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의 침범으로 전란이 닥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의미를 축제장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명량대첩축제가 끝났다. 형식은 주간 행사에서 야간 행사로 바뀐 것 외에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 야간 프로그램의 강화로 이전 축제에서 공들였던 주간 해상전투 재현은 올해 사라졌다. 나머지는 이전 프로그램과 엇비슷하다.

축제 기간 3일을 왕래하면서 돌아올 때마다 답답함이 느껴졌다. 전투 승리를 기념하는 것. 먹고 마시고 즐기고 어울리는 것. 사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만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축제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즐길거리를 찾는다면 명량대첩축제 외에도 해남이나 전국적으로 축제가 가득하고 여러 관광지도 있다.

명량대첩은 해남 우수영 울돌목에서 벌어진 세계적인 전쟁사이다. 축제가 더 이상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사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축제 전문가에게 축제를 맡기기 전, 명량대첩의 진정한 소울을 나타낼 방법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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