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북일면 주민자치회장)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정부가 무너졌고, 온갖 적폐가 일시에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의 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물러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쏘아야 했던 공정과 정의의 칼이 제대로 작동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1% 미만의 믿기 힘든 표 차이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어이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반복되고 있다. 권력을 잡은 자신들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을 못 하는 아주 뻔뻔한 거짓말을 일상화하고 있고, 무속인의 말을 신성시하는 그들의 미래에 우리가 강제로 징집되는 불행한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의 또 다른 업그레이드이다. 최순실을 잡았더니 더 지독한 괴물이 등장한 격이다. 국정을 농단하는 '윤핵관'이라고 비판해도 오히려 자랑삼아 떠드는 저들의 모습은 기가 찰 노릇이다.

'공감은 지능이다'는 말이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숫자의 유대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면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고 평을 한 적이 있다. 아이히만은 아무런 죄의식도, 일말의 양심도 드러내지 않은 채 사형장으로 걸어갔다.

5·18광주학살을 끝까지 정당화하고 사과는커녕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얼마 전 저승으로 간 전두환과 똑같은 범죄자였다. '사유하지 못하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자들의 지극히 평범하지만, 자기중심으로 형성되는 질서만 의존하고 그러한 세상만 인정하는 시야를 가진 자들을 질타한 것이다.

완장을 차는 순간 놀라우리만치 악마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권력이 사유화되거나 비선에 의해 농락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박정희 정권의 몰락의 이면에는 차지철의 농단이 자리 잡았고, 김영삼 정부의 이면엔 아무 직책도 없는 그 아들의 농단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도 그런 괴물들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해남군 14개 읍면에 그와 같은 군정을 농단하는 비선조직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뜬 소문이길 바랄 뿐이다. 내 전화 한 통이면 다 된다고 떠벌이는 추태가 사실로 둔갑하지 않기를 바란다.

혹시 군수의 다음 행보를 위한 비선조직이나 비선 책이 있다면 즉시 폐지하고 해산시켜야 한다. 아무런 직책도 없는 누군가의 전화 하나로 군정이 움직인다면,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군정 농단이다. 자랑삼아서도 안 될 일이다. 해남에서 매우 오랜만에 깨끗한 군정을 한다는 군수를 망치는 비선조직의 소문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사실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사실을 초래할 기미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군 의회는 이를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

군수의 사적 전화번호를 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농단이 조금이라도 초래된다면 당장 그 번호도 바꾸어야 한다. 군수직은 당연히 고독한 직책이다. 군수의 비서와 먼저 연락이 되어야 민원이 해결되고 예산이 편성된다면 이는 정말 엉터리다. 비선조직이 활개 칠 때, 해남에서는 참언이 난무할 것이고, 제대로 된 군민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왜곡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악의 군무를 출 수도 있다.

군정은 항상 활발한 공공 라인의 가동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군수의 단독 출마는 개인에게는 영광일지 모르나, 군민에게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경쟁자가 없음은 자칫 독선이라는 유혹의 길로 쉽게 접어들게 하기도 한다. 군수님, 우리들의 군수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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