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창(더불어숲 대표)

 
 

해남교육재단이 출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구난방으로 교육 정책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교육만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전담기관이 생긴다니 다행스럽습니다.

교육재단의 사업 영역이 유아부터 성인의 평생교육까지 다양하겠지만 중·고등학생 진로교육과 관련해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교육에 대한 이해 당사자는 교육 공급자인 교육청과 학교,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양쪽을 지원해주는 지자체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은 주로 교육 공급자 즉, 공교육 기관이 주도해서 계획하고 실행하여 왔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지도를 받으면서 지자체는 주로 교육 공급자를 지원해주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중학생 이상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많은 부분을 사교육에도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에서 공교육은 아직 정착되어가는 과도기이고 사교육이 해줄 수 있는 영역도 많이 줄어들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학생 자신의 진로를 바탕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전형이 30% 정도지만 우리 주위에서 자신의 진로 탐색을 통해서 꿈을 실현해가는 학생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진로교육이 나름대로 정착되어가고 있지만 중학생이 되는 순간 국·영·수 성적에 매달리고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은 성적이 우수한 몇몇의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대도시에서는 사교육의 발빠른 대응에 많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 탐색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해남과 같이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워 자신의 꿈과 끼로 원하는 직장이나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신안군에 있는 도초고등학교는 2019년 70여 명의 고3학생 중 60여 명이 서울을 비롯한 국공립대 이상의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등수로 앞서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다양한 차원에서 의논하고 이뤄가야 할 동반자인 것입니다.

전교 최상위 학생들만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원하는 곳으로 진로를 찾아가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해주지 못하는 일들을 교육재단이 담당해야 합니다.

교육재단이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진로교육의 특성상 교육 공급자가 아닌 교육 수요자 중심의 운영과 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 공급자의 정책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교육 정책의 중요한 운영자로 참가해서 교육 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재단이 활동축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는 일이 제대로 교육정책에 실행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해남교육재단의 존재 의미가 생길 것입니다. 해남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으며 즐겁게 다니는 행복한 학교로 유명해지기를 해남교육재단 출범에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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