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야간 개막식과 해전·공연 관전 포인트"

역사적 의의·정체성 담는데 노력
앞으로 평화·소통 무대가 되길

양정웅(53) 명량대첩축제 총감독은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연출계의 스타로 불린다. 2002년 초연한 '한여름밤의 꿈'은 한국 연극 최초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공연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기념으로 초청되어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선보였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막식 감독을 맡으면서 드론쇼, 인면조 공연으로 한국의 미를 전세계에 알렸다. 지난 21일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에서 양 감독을 만났다.

 

- 명량대첩축제 총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해남과 인연으로는 30대 때 무작정 여행을 떠났는데 땅끝마을까지 왔던 경험이 있다. 이번 축제와 관련해서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다. 2018년 동계올림픽 이후 아무것도 안 맡을 계획이었다. 당시 에너지를 너무 소모했다. 친분이 많은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으로부터 명량대첩에 대해 자주 들었는데 갑자기 축제 총감독을 제안했다. 김 감독이 삼고초려까지 해 받아들였다. 목포가 고향인 부감독과 지인들의 권유도 많았다."

- 관전 포인트는.

"야간에 펼쳐질 개막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공연과 MR해전(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미디어해전), 드론 전술 공연, 투명LED에 CG(컴퓨터 그래픽)로 제작한 전투 장면을 담았다."

- 명량대첩축제에 담은 메시지는.

"명량대첩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정체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이순신 장군을 누구보다 존경한다. 영화 '명량', '한산'도 봤고 김훈의 '칼의 노래'도 읽었다. 특별히 부친이 출판사 현암사의 편집주간으로 계실 때 기획했던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존경하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명량대첩축제를 통해 명량과 울돌의 회오리가 가진 메시지와 나아가 반전의 메시지를 담았다."

- 반전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경제적 불안정과 식량 문제 등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량대첩축제가 승전을 축하하는 의미이긴 하나 이순신 장군은 평화를 바랐을 것이다. 승전국이나 패전국이나 많은 희생이 발생한다. 전쟁은 대량 학살과 파괴의 상흔을 남긴다. 전쟁이 발발하면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 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명량대첩축제가 나아갈 방향은.

"젊은 시절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자주 참가했다. 인구 10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 아비뇽의 페스티벌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 명이 참가한다. 주제는 '자유'와 '평화'이다. 명량이 가진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크고 세계적인 기반을 가졌다. 명량대첩축제가 승전을 축하하는 축제를 넘어 평화와 글로벌 그리고 소통을 상징하는 국제적인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내년에도 총감독 제의가 온다면.

"사실 아쉬움이 많다. 축제 준비 후반부에 총감독직을 맡으면서 미리 준비하지 못해 아쉽다. 이로 인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미정이다. 다만 내년에도 일하게 된다면 내가 가진 세계적인 예술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시도하지 못한 부분에 도전하면서 명량이 가진 국제적 역량을 높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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