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휴양이나 관광목적의 여행이 아니라 엄청난 재난·재해가 일어난 곳이나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신조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흑역사 여행이라 한다. 블랙 투어리즘이라고도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 순화해 표현했다.

세계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현재 박물관으로 바뀐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폴란드에 있는 이곳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다. 생체실험실과 가스실 등을 볼 수 있으며 나치의 잔학상을 기록한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9·11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 1986년 원전사고를 겪은 우크라이나 북서부 도시 체르노빌,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등이다.

'더 록'이라는 영화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하며 악명높은 교도소로 유명한 알카트라즈섬이 무대다. 군사적으로도 요새인 이곳에 교도소가 세워져 공식적으로 단 한 명의 탈옥자가 없었다는 곳으로 해병대 공수 특전단 일부가 다크 투어리즘으로 관광 온 민간인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4·3사건의 현장인 제주4·3평화공원과 여순사건기념관, 거제포로수용소,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비무장지대(DMZ) 등이다.

관광마케팅 차원에서는 경관자원을 포함한 자연자원과 역사문화자원 모두를 활용한다. 팜스테이를 포함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관광도 마찬가지다. 슬픈 역사현장도 마케팅 대상이다. 해남의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남에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 일제강점기, 6·25전쟁의 현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남에도 5·18민중항쟁 사적지 등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몇 개 있다. 우슬재, 상등리 국도변, 대흥사 여관터에 5·18민중항쟁 사적지 동판이 세워져 있지만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매년 8월에는 '황산옥매광산 광부 118인 합동추모제'가 옥동리 삼호선착장에서 열린다. 옥매광산 광부 수몰사건은 77년 전 옥매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제주도로 강제로 끌려가 군사시설 현장에 투입됐다가 해방과 함께 해남으로 돌아오던 중 추자도 앞에서 원인 모를 선박 화재로 118명이 바다에 수장된 사건이다. 옥동리 삼호선착장 광장에는 추모비와 채석 시설로 보이는 건물 잔재가 남아 있다.

젊은이들의 표현대로 흑역사는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다. '녹조라떼'로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의 위용도 다크 투어리즘의 대상이 될까 싶다. 보를 전면 개방해 물길을 살리고 나면 엄청난 비용의 시설물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완도 청산도의 현직군수 흉상도 그 대상이 아닐까 싶다.

멀쩡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용산으로 옮겨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의혹과 소문들이 땅끝 해남까지 들린다. 영빈관을 새로 짓는다고 800여 억 원의 예산을 들이밀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거둬들였다는 소식도 들린다.무리한 이전으로 비좁은 공간 탓에 대통령 전용헬기가 착륙하다가 나뭇가지에 꼬리날개가 손상됐다는 소식 등 연일 끊이지 않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한 뉴스가 '뭣을 해도 어설픈' 농부의 걱정거리가 됐으니 말이다. 자칫 용산 대통령실 관련 시설이 미래의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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