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농협 등의 벼 창고마다 재고가 가득 차 이대로라면 신곡의 수매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농민들은 정성껏 키운 농작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팔 수나 있을지 근심만 쌓여간다.

지난해 해남의 벼 재배면적은 2만1170㏊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올해도 1.1% 감소한 2만944㏊로 전국의 2.9%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농군이라 할 수 있다.

쌀 작황과 수매가 등 농업 경기는 해남군 지역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전 면지역은 농민 소득에 따라 다방의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민의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쌀 10㎏를 사다 놓고 끼니마다 밥을 해서 먹는 세대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햇반(즉석 밥), 도시락 등 간편식을 구입하는 세대는 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이런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원물 판매 중심인 해남에 치명적이다. 때문에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해남군이 쌀 판로 확대를 위해 햇반, 컵밥 등 가공시장에 뛰어드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공회사에 쌀을 납품코자 저가 경쟁에 나서기보다 직접 가공해 판매하거나,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할 수 있는 햇반공장을 유치하거나 건립을 지원할 순 없을까.

특히 최근 저탄소 농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해남군은 시범사업으로 논물관리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브랜드화하고 햇반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정책적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각 기업도 ESG 실천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저탄소 재배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차 생산에만 머물기보다는 원물을 1차 가공해 회사에 납품하거나 완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반 조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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