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 해남프리즘
'검은 백마' 탄 사람들김성률(교사)
해남신문  |  hnews@h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2.09.15  22:15:51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구글
   
 

김누리 교수(중앙대)는 한국 사람들이 형용모순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검은 백마'가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 상황을 누리고 있고, 국제 위상도 날로 높아간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한국은 3050클럽(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한 세계 7대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자살률은 해석이 어려울 정도로 높다. 특히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뒷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잣대다. 소득 상위 1%가 가진 부의 비율이 전체 인구 50%가 가진 부의 총합과 비교해 10배가 넘는다. 상위 10%가 가진 부동산 소유 비율은 96.6%를 넘어가고 있다. 이 나라는 세계 최악의 불평등 국가로 '헬조선'이 되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부자 감세를 못 해서 안달이다. 현재 여당만을 두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야당 또한 양팔 저울에 올려놓으면 눈금 하나 차이도 나지 않을 게다. 소위 부자들은 어떤가? 임금과 노동조건을 망가뜨리려고 혈안이다. 노동자는 더 많이 일하는데 더 살기 힘든 세상이다. 죽어라 일하다가 안전사고로 1일 3~4명씩 죽는 사회다. 그런데도 안전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안달이니 그 속에 인간성은 남아 있을까? 또 정부는 부자들을 위해 기존 법마저 누더기로 만들고, 비용 감축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쥐어짠다.

자, 보아라. 안전이 사라진 곳이 어디 노동 현장뿐인가? 안전하지 않은 학교, 안전하지 않은 가정, 안전이 사라진 나라 꼴을. 이 사회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언제부턴가 국제행복지수를 조사해 놓은 대부분 자료에서 한국은 최하위다.

불행을 강요하고, 나아가 불행을 유전시키는 사회. 갈등을 권하는 행정이 난무하고, 생태파괴를 권하는 정책이 판을 친다. 오죽하면 '포크레인 정부'란 용어가 나왔을까?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1%가 되기 위한 아이들의 투혼은 결국 실패와 낙오를 내면화시킨다. 그 후 청년이 되어서는 어떤가? 더 나은 노예가 되기 위해 삶을 저당 잡힌 채 죽음을 향해 행군하며 그나마의 삶마저 소진시킨다. 영혼이 시들고 행복은 쩍쩍 갈라진다. 삶을 꾸미고 의미를 가꾸는 일은 이 사회에서 부적응자들의 소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마저 사치가 되고, 기계화된 사람들이 AI(인공지능) 밑으로 기어간다. 기계의 노동보다 나은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는가?

어쩔 수 없으면 고통을 즐기라고 한다. 이 말은 형용모순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고통을 즐기라는 것은 불행을 즐기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와 낙오를 받아들이고 시키는 거나 잘하란 소리다. 예전엔 장밋빛 미래를 꿈꾸라고 했던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정치 무능을 거짓으로 대체했다. 이젠 속지 말자.

땅끝 해남은 어떤가? 거짓과 형용모순에 빠져있기엔 해남군의 미래가 불안하다. 해남군은 보다 능동적인 담론을 계발하고, 군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열정을 보여야 한다. 특히 소수 힘 있는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 있다면 오류를 인정하고 과감한 혁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행정이 자신의 노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신하는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살피고 또 살피기를 주문한다.

가끔 나무젓가락으로 바느질하겠다는 사람들을 본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가 시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떠드는 것과 같은 꼴이다. 시민의 행복을 전제하지 않는 기업은 좋은 기업일 수 없다. 생태를 파괴하는 이런저런 사업이나 산업(관광)단지가 지역을 사라지게 한 사례를 생각하자. 해남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오는 검은 백마는 단연코 없다.

해남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 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뉴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남 해남군 해남읍 홍교로54 3층 해남신문사 / TEL : 061-534-9171~5 / FAX : 061-534-9176
신문등록번호 : 전남-다-00004 |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민인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민인기
Copyright © 해남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to : hnews@hnews.co.kr
해남신문의 기사 등 모든 콘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