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벼 수확기가 다가오지만 농민들은 수심에 젖어있다. 쌀값이 바닥을 모를 만큼 끝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추곡 수매에 나서야 할 지역농협마다 지난해 수매한 벼를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빈 창고가 없어 수매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쌀 대란이 시작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은 채 먼 산 불구경하듯 한다. 역대 어느 정부가 이처럼 농업, 농민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쌀값 폭락에 따른 농촌경제 피폐화는 해남을 비롯한 전남만의 현안이 아니다. 경기, 강원, 충남·북, 전북, 경남·북 등 대부분 지역의 당면 과제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13일 공공비축미 매입 100만 톤 확대, 벼 타작물 전환 생산량 조정제 확대, 아프리카 빈곤국 쌀 원조 추진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 지사는 사실 여느 단체장보다 작금의 쌀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절 쌀값이 떨어지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72만 톤을 시장격리하도록 요청해 이를 관철함으로써 쌀값을 안정시켰다. 이처럼 쌀값 폭락 문제는 대통령의 결심 하나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상황인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참으로 참담하고 암담할 노릇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쌀전업농 1만여 명이 해남에 모였다. 한국쌀전업농 전국회원대회가 오늘까지 사흘간 우슬체육관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쌀전업농 중앙연합회는 지난 97년 발족해 6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산하에 도 단위 8개 연합회가 결성되었고 126개 시군에도 조직을 두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이번 대회는 당초 2년 전 전남에서 처음으로 해남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늦춰졌다. 이번 대회에서 쌀전업농 회원들은 우선적으로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 쌀값 폭락 대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정부 당국자들은 쌀전업농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농촌을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쌀값 폭락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소통 문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치러지고 있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그동안 위정자들이 얼마나 농촌 문제에 등한시했는지, 농민들의 외침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농촌 현안에 대해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농민에게 더이상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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