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파악 없어
사회복귀 체계적인 대책 필요
청년자립도전사업단서 '자활'

▲ 해남지역자활센터에서 정보검색을 하고 있는 이윤택 씨.
▲ 해남지역자활센터에서 정보검색을 하고 있는 이윤택 씨.
▲ 청년도전사업단의 만물트럭사업.
▲ 청년도전사업단의 만물트럭사업.

한때 사람 만나는 게 제일 싫었던 이윤택(32) 씨. 그의 20대는 사회와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였다. 대학은 1년 만에 자퇴하고 간판, 현수막 만드는 곳에서 한달 일하고 그만뒀는데 단순 근육통인 줄 알았던 통증은 당뇨라는 병명을 안겼다.

직업학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지만 당뇨가 기록된 건강진단서는 취업의 문턱에서 그를 끌어내렸다. 그에게 가족은 조부모가 유일. 모든 걸 포기하고 수년 동안 집에 숨어버렸다. 자고 밥먹고 TV를 보고 휴대폰 게임에만 열중했다. 씻지도 않고 이발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관심과 지원 덕분이다.

4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가장 아닌 가장이 되며 정신이 번뜩 들었다. 딱한 사정을 눈여겨봤던 마을이장이 면사무소에 얘기를 했고, 면사무소는 해남지역자활센터에 이 청년을 소개했다. 그렇게 세상에 다시 나온 이 씨는 자활센터의 청년자립도전 자활사업단 1기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운전면허증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립을 위한 자활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 공모와 시장조사, 논의를 거쳐 지원을 받아 취업과 창업의 길로 나서게 됐다. 그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돼 마음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시키며 인간관계를 다시 형성하고 나아가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처음 시작했던 것은 면지역을 돌며 일상잡화를 판매하는 만물트럭 사업이었고 현재는 정부양곡을 각 지역 어르신들 집에 배달해주는 배송사업단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윤택 씨는 "뭔가 해보자는 의지에 자존감이 생기고 열심히 하는 만큼 기회가 제공되다보니 적극적으로 생각이 바뀌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지 않게 됐다"며 "수고한다고 말을 건네고 조카사위 삼자고 하는 어르신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 외에 학교 때 왕따 등 상처가 깊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자퇴하고 집에 숨어버렸던 20대 여성도 주변 권유로 자활센터 청년도전사업단에 들어와 올해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를 잇따라 따내고 현재는 사회복지사를 꿈으로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꺼려했던 또 다른 20대 여성은 해남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소개로 청년도전사업단에 들어와 현재는 목포의 한 가게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해남지역자활센터 김경옥 팀장은 "마음의 문을 닫은 청년들을 위해 청년도전사업단을 만들어 자존감 향상, 공동체 네트워크 형성, 맞춤형 자립지원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업을 펴고 있다"며 "지금까지 3기에 걸쳐 14명이 참여했는데 비슷한 처지의 청년 발굴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장기적 지원이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돌아오는 청년 정책을 위해 주거비 부담과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작 은둔형 외톨이 청년에 대한 문제는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남지역자활센터의 청년도전사업단도 초기 단계이다. 민관이 함께 나서 실태조사를 통해 이들을 발굴해 마음을 치유하고 각종 지원을 통해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또 다른 청년정책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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