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중 9명 '투잡' 이상 뛰어
기업 대표·직원, 식당 운영 등
연간 1억원 넘는 보수 받기도
법적문제 없되 의정 신뢰 해쳐

제9대 해남군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의원직 외에 다른 일에 종사하면서 적지 않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이해충돌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또한 본업이 사장이고 부업으로 군의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남군의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군의원 겸직 현황에 따르면 군의원 11명 가운데 김석순 의장과 김영환 의원을 제외하고 9명이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영리사업체 대표와 기관단체 임원 등 4~5가지를 겸직하고 있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5명은 연간 수백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찬혁 의원의 경우 민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예성디엔씨 대표이사, ㈜예성건설 대표이사, 해남교도소 교정협의회 위원 등 4가지를 겸직하고 있으며, 3곳에서 연간 1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민홍일 의원은 남해지하수 대표, ㈜해남개발 감사, 해남군체육회 이사, 해남군 축구협회 부회장, 해남군상하수도사업소 수질평가위원 등 5가지를 겸직하고 있었으며 2곳에서 모두 508만원을 받고 있었다.

서해근 부의장은 ㈜범양산업개발 건축기사로 360만원을 받는다고 신고했고, 이기우 의원은 한국판넬 대표와 주식회사 해남 한국판넬 대표를 맡으며 1곳에서 60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었다.

이상미 의원은 금강골민물장어 식당 대표, 화장품가게인 마임 해남지사와 완도지사 대표를 겸직하고 이들 3곳에서 740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신고했으며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해남지부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겸직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겸직을 금하고 있지만, 4~5군데를 겸직하면서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의정활동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또 해남군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 매년 받는 의정비가 평균 3300만원 수준인데 반해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은 보수를 받는 의원도 있어 군민 정서와도 맞지 않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보수를 받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군의원의 경우 자신의 사업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 접근이나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이나 이해충돌방지법에서 군의원은 자치단체와의 수의계약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관리인이나 양수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해충돌 시비는 불가피하다.

이들 의원이 군과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민원인이나 업체들이 나쁜 의도나 사업 편의를 위해 해당 의원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설계를 맡기거나 계약을 할 경우, 물건을 많이 팔아줄 경우 또 다른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서해근 부의장의 경우 업체 대표가 아니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건축기사로 있던 회사가 2019~2022년까지 해남군과 10건에 1억3000만원의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돼 오해의 소지를 낳고 있다.

지방자치법 43조에 5항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와 사업비 등을 지원받고 있는 기관 단체의 대표, 임원, 상근 직원, 소속 위원회 위원이 된 군의원은 겸직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데 일부가 이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민찬혁 의원이 겸하고 있는 해남교도소 교정협의회와 민홍일 의원이 겸하고 있는 해남군체육회, 해남군축구협회는 현재 해남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

서해근 부의장은 "해당 업체와 가족관계나 지분 관계가 전혀 없고 직원으로 채용돼 실제 건축행정 일을 도와 문제가 없으며 군과 수의계약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며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근 회사를 나와 겸직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민찬혁 의원은 "건축사 자격증이 나밖에 없어 겸직을 하지 말라고 하면 건축사사무소 문을 닫아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며, 건설사 등은 세운 지 1~3년 밖에 안 된 상태로 역시 당장 정리가 힘들다"며 "오해가 없도록 의정활동에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민홍일 의원은 "논란이 있어 최근 해남개발 감사직에서 물러났다"며 "그러나 남해지하수의 경우 개인적으로 일군 회사라 그대로 이끌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기우 의원은 "가족들에게 상당 부분 운영을 맡긴 상태로 여러 얘기들이 들려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미 의원은 "군의원이기 때문에 역차별을 당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단골들이 내가 의원이 되자 가게에 오지 않는 등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위원들은 또 사적 이해관계가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고 안건 심의나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해충돌 시비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의원들의 의정비가 연 3300만원 수준이어서 생계유지를 위해 겸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겸직과 보수의 경우 군민들 정서와 맞지 않고 겸직을 하고 있을 경우 어떤 식으로든 이해충돌 시비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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