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찔레꽃이 흐드러집니다. 간간이 스치는 찔레꽃 향기에 마음을 줄 여유가 없음은 한해 농사의 시작인 볍씨파종(직파) 못자리 모내기 보리수확 작업이 한꺼번에 겹치는 이상한 현상 때문이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올 농사 준비를 하면서 남편은 ‘이앙기를 새로 구입해야겠다’며 성능 좋은 모 수입이앙기를 구입할 의사를 보였고 난 부품구입이 문제 될 거라며 국산을 고집했는데 결론은 수입이앙기로 선택하여 모내기를 하는데 남편은 신이 났습니다. 작업속도, 회전반경, 깊이조절, 기계 조작 시 운전자의 편리성 등등을 들어 모심기 내내 내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합니다.네, 인정합니다. 내가 봐도 성능은 좋습니다. 6조식 이앙기로 하루 칠십여 마지기 이앙작업을 하니 보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쉴 틈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농기계구입비가 농가부채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벼농사의 특성상 농기계 의존률이 높은데 농사규모가 크면 클수록 농기계로 인한 부채가 많은 게 우리 농촌의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농기계관리는 허술하고, 이제 외국의 농기계회사 제품들이 들판 곳곳을 누비며 우리농산물 생산에 주역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농산물수입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산자이기 전에 이미 소비자인데 생산자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해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성해봅니다.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제품으로 안전한지 맛은 좋은지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권리라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안전하고 맛좋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일이 농업인인 나의 몫이라 여기며 오늘도 들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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