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폭락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고는 처리할 길을 찾지 못해 해남은 물론 전국의 농촌이 아우성이다.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정부는 '강 건너 불 보듯'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농민과 농촌의 절규를 이토록 외면하는 정부에 농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20㎏ 산지 쌀값은 4만2522원으로 10일새 571원이 또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630원보다 23.6%(1만3108원), 45년 만에 대폭락한 것이다.

통계청이 10일 단위로 발표하는 산지 쌀값은 지난해 7월 이후 10월 초 단 한 차례 반짝 상승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내리막을 걸어왔다. 정부는 쌀값을 유지한다며 뒤늦은 올해서야 세 차례 시장격리에 나섰지만 가격 하락을 저지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시장격리가 최저가 순으로 낙찰하는 역공매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정부가 굳이 역공매를 고수한 데는 농촌의 현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달 말이면 신곡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전국의 지역농협마다 지난해 사들인 벼를 처리하지 못해 빈 창고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이는 올해 생산되는 벼 수매도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처럼 쌀 문제가 나락으로 빠지자 전국의 농민들은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에 나서기로 했다. 해남 농민들도 가을배추 정식 등으로 바쁜 농사철이지만 쌀 문제가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이번 집회에 300명 정도 상경할 예정이다.

농민들의 요구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올해 생산되는 쌀값을 보장하는 정책을 하루속히 마련하고, 창고에 쌓인 2021년산 벼 전량을 시장격리해주라는 것이다. 또 이참에 양곡관리법을 개정하고 영농비 보장도 촉구하고 있다.

사실 국제 곡물가도 치솟는 상황에서 국내 쌀값만 유일하게 폭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비룟값, 기름값, 영농자재값과 인건비는 크게 뛰어 농민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정부는 뚝뚝 떨어지는 쌀값을 보면서도 수입쌀을 시중에 방출하고 있다.

이젠 더이상 쌀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농업, 농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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