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왜 아이가 묻지 않는지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질문하는 걸 잊게 됩니다. 학부모님도 지켜보셨으니 알고 계실 테지만 초등학교 때는 이것저것 관심과 질문을 쏟아냅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며 그 빈도는 줄어들지요.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 간간이 질문을 합니다. 질문 습관이 약하게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질문하는 건 자칫 불온한 행위로 비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주는 대로 받아 적고 외우기를 습관화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 낭비를 한다고 생각하죠. 또 다른 애들에게 눈총을 받거나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실제로 눈을 흘기는 경우도 있죠.

또 자기검열이 작동되기도 하죠. 이런 질문을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남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웃으면 어떡하지? 이런 자기검열은 창의성을 말살하죠. 그러다 보면 의식이 수동적인 상태로 빠져들고, 타인의 생각을 쫒다가 급기야는 자신을 잃게 되죠.

저는 단정해서 말합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노예가 된다." 그래서 질문을 통해 자신을 찾으라고 강하게 권하죠.

학교가 능력을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공부 잘하는 게 능력이라면 뭐 그렇다고 해두죠. 그런데 말입니다. 능력은 다 운이죠. 운 좋게 부모를 잘 만나서, 운 좋게 좋은 동네에 살아서, 운 좋게 어떤 사람을 만나서…. 최근 기득권층에서 '자식 스펙 만들어 주기'는 부모 잘 만난 운 좋은 아이가 노력 없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죠. '조국'이라는 사람으로 대표되었지만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은 누구라도 하는 짓(?)이죠.

다시 왜 질문을 하지 않는지로 돌아가 보죠. 학교를 살펴보세요. 교복은 왜 입는 걸까요? 교복이 아이들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으시나요? 교복을 입으면 인성이 좋아질까요? 교복을 입으면 공부를 더 잘할까요? 옷 입을 자유도 없는 아이들, 정해진 옷을 입지 않는다고 욕을 먹고 벌칙을 받아도 수긍해야만 하는 아이들, 이 옷을 왜 입어야 하는지 질문해보라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입니다. 혹시 학부모님은 아이에게 그런 질문을 하게 하셨습니까?

교과서는 어떤가요? 세상은 누구도 함부로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변하는데, 왜 우리는 지난 지식을 몇몇 입맛에 맞게 편집해 놓은 교과서라는 이상한 책을 모두가 한결같이 외우고 그걸로 평가당해야 할까요? 그 교과서가 성장하는 과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짓이죠. 머리카락 좀 길면 큰일 나나요? 한때는 속옷 색깔도 규제했죠. 아마도 학부모님들이 학교 다닐 때도 그랬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끔찍하지 않나요?

더 얘기해 볼까요? 화장실 가는 것을 허가받아야 하나요? 착한 아이는 건강한 아이일까요? 시키는 대로 잘하는 게 착한 것이라면, 착한 아이는 노예가 아닐까요?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교육이 끔찍하지 않은가요? 과잉 경쟁의 학교, 그 과잉으로 몰아넣는 학부모, 그것을 경전처럼 떠받들고 선봉에 서 있는 교사. 열심히 하면 다 된다구요? 어차피 문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되고, 그 허락받은 자들은 운이 좋아 부모를 잘 둔 아이들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나요? 뭣이 중헌가요?

그럼 대안이 뭐냐구요? 이미 숱한 나라들이 대안을 실행하고 있죠. 교육단체들이 다들 제시하고 있기도 하죠. 몰라서 그러시는 건 아니죠? 누구라도 가고 싶은 대학에 무상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꿈이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좀 거칠었습니다. 현재의 한국교육은 단 한 가지도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걸 이해 바랍니다. 행복한 교육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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